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간 연재해온 ‘IT 코리아, ITRC가 이끈다’ 시리즈를 결산하는 좌담회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개최됐다. ITRC는 지난 2000년부터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IT분야 첨단 석,박사급 인력 양성 및 연구 개발을 위해 매년 300여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동분서주해온 프로젝트다. 이에 전자신문은 IT분야 산·학 전문가를 초청, 지난 성과를 점검하고 ITRC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
◇사회=정재용 한국정보통신대(ICU) 교수(IT기술혁신정책센터장)
◇토론자
-강철희 ITRC 협의회장(고려대 교수)
-김재석 연세대 교수(IT SoC 설계기술연구센터장)
-장준호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인력양성사업단장
-김정민 GCT 리써치 부사장
◇사회(정재용 ICU 교수)=현 정부의 IT 육성 정책기조는 대학 중심의 가혁신과 지역혁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IT연구센터(ITRC)는 한국의 성장 동인을 찾고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7∼8년을 거치며 ITRC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재 ITRC의 역량과 성과, 개선할 점 등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장준호(IITA 인력양성사업단장)=정통부 인력 양성사업은 지난 97년부터 시작됐다. 실상 고급인력 양성을 본격화한 것은 2000년 정통부의 ITRC 선정사업이 계기다. 초기 연구능력이 있는 대학에 18개 센터를 만들어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47개 센터에 320억 원까지 예산이 늘었다. 선정 센터도 연구와 인력, 정책 등 분야로 적절히 배분했다.
성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석,박사 인력이 그동안 4500명 배출됐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만 3500건이 등록됐다. 기술료 수입도 현재 10억 원가량이지만 기반을 다진 만큼 조만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위 20개 대학 SCI 논문 평균이 1.41편이지만 ITRC는 1.62편이다. 논문 평가 방식을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 하는 것이 주효했다.
◇사회=정부가 추진중인 인력 양성 사업 부문에서 ITRC가 1위를 차지했다. ITRC가 운영, 평가 면에서 타 부처 사업보다 튀는 것은 사실이다. 수범 사례로 계속 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정책 방향과 인력양성, 연구 측면에서 ITRC의 정책설계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강철희(ITRC 협의회장)=정통부 인력양성 사업은 초기 산업화 기술에 무게를 뒀지만 지금은 기반기술과 산업화 기술 2개 트랙으로 나눴다.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교육인적자원부나 과학기술부의 인력양성 사업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ITRC가 특히 산업화 성공 기술이 많은 이유에 대해 타 부처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회=각 대학들이 ITRC의 유치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나
◇강철희=대학의 연구역량은 우수한 인력의 보유 유무가 결정한다.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연구 기자재를 확보하고 비전이나 목표를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 또는 강점이 되고 있다.
◇김재석(연세대 교수)=전세계 대학의 성공모델을 보면 대부분 대학 연구역량이 업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10년 전 귀국해 보니 몇 천 만원의 연구비가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성장잠재력은 커도 기반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ITRC를 통해 세계 톱 랭킹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사회=조직운영이나 연구 등에서 리더십을 갖고 다들 잘 해왔지만 난관도 있었을 텐데.
◇김재석=교수들이 사업을 혼자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해 처음엔 고생했다. 사업을 떼어 달라는 교수도 있었다. 사업에는 2∼3명이 모여야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이 있지 않나. 결국은 멤버를 교체했다. 역시 다른 대학과 연구진이 섞여 있다보니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장준호=관리 측면에서 센터장의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 엄정한 평가위에 센터장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사회=정부 정책에 A/S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변화다. 프로제트 수행에 호혜적인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공진화 또는 공존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센터 내에 여러 대학이 함께 묶여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공조한다는 것의 저변에는 산·학·연 협력 극대화가 깔려 있다고 보는데.
◇장준호=과학기술의 융·복합화 추세대로 복합팀이 대세다.
◇김재석=베스트 멤버만을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
◇사회=산업체 기술이전 측면에서 진단해 달라.
◇김정민(GCT 리써치 부사장)=기업이 인력을 활용하는데는 예산상, 기간상 한계가 있다. 특히 경쟁력을 갖추려면 새로운 것을 꾸준히 개발해야하는데 기업으로는 어려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한번은 연세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인력까지 아웃소싱한 적이 있다. 시간을 정해 줬는데 의외로 일정 내에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회=김재석 교수팀과 GCT 리써치가 학-산의 상생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ITRC와 연계했는데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로 보는가.
◇김정민=학교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기술 경험의 전수가 단절된다. 지난해 업그레이드하려고 하니 학생이 졸업하고 없었다. 이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 로드 맵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김재석=연구소에서 한번은 개발 인원과 예산을 정해 놓고 대학에 아웃소싱하려 했는데 부담스러워 하며 거절했다. 실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테크니컬 메모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이 연구한 내용과 기술이전 내용을 3∼5개 정도 메모하지 않으면 졸업을 안시켰다. 그랬더니 졸업생이 나가더라도 지금은 1∼2개월 만에 모든 기술을 전수, 습득하고 있다.
◇강철희=올해는 ITRC포럼에 잡페어 코너를 만들 계획이다. 포럼에서 석,박사 고급인력 찾도록 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사회=ITRC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철희=정보통신진흥기금만 해도 ETRI 한 기관에 3000억 원이 넘게 지원되고 있는데 ITRC 예산은 300억 원이다. 47개 센터서 600명이 넘는 교수와 3000여 명의 석,박사과정 인력이 움직이고 있다고 볼 때 예산 규모면에서 열악하다. 정부 내에서 ITRC의 상대적인 위상이라고 본다. 인식을 달리할 때도 됐다.
◇김재석=ITRC는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시스템이다. 향후 기업이 펀딩하기 위해서는 ITRC 펀드가 1000억∼2000억 원은 돼야 한다. 인력을 선발해 가기 위해 퀄컴과 인텔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올 정도로 학생 수준은 올라가 있다.
◇장준호=정부 중기재정운영계획을 보더라도 급격히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예산에서 50개 센터를 유지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R&D 대학은 ITRC와는 별도로 기회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결과의 노하우가 없어지지 않도록 진흥원 기술사업화 지원채널 통해 기업을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할 것이다.
◇사회=연구와 인력 양성이라는 2개 축으로 포스트 ITRC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판을 효율적으로 짜는데 있어 기존의 역량과 기반 위에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복잡해 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2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ITRC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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