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수출된 한국산 휴대폰을 이탈리아와 독일 세관이 잇따라 압류하는 등 외국의 특허 공세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통화방식(GSM) 단말기 특허 보유를 주장하는 외국 기업이 유럽 현지 업체보다 2∼3배나 높은 라이선스료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협조가 전무하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압류 후 백기 요구’=이탈리아 시스벨사는 최근 현지 세관에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수출한 휴대폰에 수입금지 조치를 요청한 데 이어 세관이 이를 받아들여 휴대폰은 전량 압류됐다. 시스벨은 필립스 등을 대리해 한국기업에 MPEG 표준 특허 클레임을 제기중이다.
독일 지멘스도 세관을 통해 한국산 휴대폰 수입을 막은 뒤 이를 특허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지멘스는 지난 2004년에도 한국산에 세관 압류 요청을 한 적이 있으나 이번 처럼 경고장 없이 물량이 압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휴대폰 업계 한 관계자는 “경고장 없이 물량을 압류하는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현금 유동성 확보와 적기 납품을 위해 불가피하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 휴대폰 기업, 봉(?)’=특허 보유 기업은 한국 휴대폰 업체에 상대적으로 비싼 ‘바가지’ 로열티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법률 자문회사가 보낸 특허소송 자료에 따르면,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필립스 등 핵심 특허보유 기업은 제품 단가의 0.5∼1%를 로열티로 한국 기업에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표준 특허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이들 4개사보다 많은 2∼2.5%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 특허변호사는 “GSM 특허 보유 업체가 한국의 중소기업에 요구하는 로열티 규모는 제품 단가의 20%에 육박한다”며 “이 비율은 중소기업이 사실상 마진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2∼3배 높은 로열티를 받기 위해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한국 기업의 현지 거래처 및 유럽 사업자에 경고장을 발송하는 일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관 합동, 대응책 마련 절실’=중소 휴대폰 업계는 이처럼 외국 기업의 특허 공세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에는 업계 요구 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특허 가운데 미출원 국가에 대한 특허 양도 등 정통부 산하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오고 있다.
한 중소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특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응 특허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동영상 MPEG4, 3G WCDMA 등 ETRI가 보유한 특허 중 미출원 국가에 대한 양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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