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홍보팀 "삼성 피해라"

`삼성만 피하면 된다`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

재계 언론 홍보라인에 `삼성(三星) 주의보`가 빨갛게 켜졌다. 삼성그룹이 최근 `반(反) 삼성 여론` 해소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굵직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자 다른 대기업들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홍보꺼리가 약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삼성만 피하면 된다`라는 하소연 섞인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기업이다. 이젠 초일류 글로벌기업의 반열에도 올라있다. 따라서 삼성과 관련한 뉴스는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지난해의 경우 삼성공화국논란에 `X파일`파문, 이어진 이건희 회장의 출국과 귀국 등 삼성과 관련된 각종 뉴스들이 이슈의 중심에 섰었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삼성을 주요 기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 홍보 일정에 대한 경쟁업체의 관심이 높았던 게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

최근 다른 그룹이나 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찾아보자. 삼성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8000억원 사회헌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던 지난 2월7일. 삼성그룹 담당기자가 대부분 출입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몇주간 준비해 온 기자간담회를 연기해야 했다. 이미 예고됐던 그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경련 기자실에 모여있던 기자들은 삼성그룹이 긴급히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에 전경련 기자실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LG필립스LCD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세계 최대 100인치 LCD 개발도 삼성의 유탄(?)을 맞았다. 사실 LG필립스LCD는 최대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움직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혹시나 삼성전자가 물타기 작전에 나서지 않을까하는 걱정때문이었다. 8일 오전만 해도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의 보도자료 계획중 100인치 LCD를 누룰만한 뉴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터졌다. 삼성그룹이 그날 오후 `구조조정본부의 축소 개편`이라는 메머드급 뉴스를 발표한 것. 9일자 신문에는 삼성 관련 뉴스가 1면은 물론 산업 또는 경제면의 주요 기사로 처리됐다. 그러다 보니 LG필립스LCD의 기사는 뉴스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다른 대기업들은 최근 삼성 홍보 일정에 대한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보도자료나 발표자료가 삼성과 `겹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언론 홍보부서에서도 `혹시 그룹 차원에서 뭐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삼성의 힘(?)이 세긴 세다. 이데일리ⓒ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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