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SW발주 이것만은 바꾸자](2)비현실적인 예산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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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하드웨어는 80% 이상, 소프트웨어(SW)는 70% 이상 가격이 깎여 공급됩니다.”

 공공기관에서 SW를 구매하기 위한 첫 단계인 예산편성이 실제 제품가격보다 너무 낮게 책정돼 이를 공급하는 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명목은 있지만 실제가격의 30%를 채 못 받고 공급한다는 것은 정도가 심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IT예산은 고무줄’이라는 마인드 때문.

 업계 관계자는 “예산책정부처에서 IT예산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올라온 예산을 줄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내용은 조정 없이 삭감된 예산을 토대로 사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SW개발사업은 예산 심의과정에서 평균 3.3% 예산이 삭감되지만 63%는 사업내용 조정 없이 최초 계약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IT서비스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이 업체와 또 다시 가격협상에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10% 정도의 가격을 더 깎는다. 추가로 깎인 부분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솔루션업체에 전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SW가격은 그렇다 치고라도 서버용 제품은 공급 후에 구축 인원이 투입되는데 이들 인력의 인건비를 받지 못한다”며 “따라서 인원 투입이 잦은 서버기반 SW를 개발 공급하는 업체들은 제품가격과 인건비 보상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한꺼번에 부딪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IT시장의 가격을 잘 아는 민간시장에서는 무작위로 가격을 깎지 않아 공공시장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예산 절감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가격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공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업체 간 무분별한 출혈경쟁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이장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제시하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프로젝트를 따야겠다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업계 스스로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과 관련한 정부의 감사기준이 질적인 감사보다는 가격에만 맞춰진 것이 문제”라며 “계약담당공무원에 대한 감사기준을 예산절감이 아닌 정보화에 대한 기여도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심사에서 요구예산이 삭감된 경우 반드시 조정예산을 고려해 사업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SW 예산편성과 개발비 산정방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종래 투입물 위주의 방식에서 지난해 산출물 위주의 기능점수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다. 하지만 적용비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기능점수 방식은 시스템에서 각 요소기능 간의 관계를 산정하는 방식이어서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SW개발비에 대한 객관적인 규모 산정이 가능한 기능점수 방식의 현장 적용 확대를 위한 교육과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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