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미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사안 중 하나가 연구개발 성과물의 상업화다.
이중 연구소 기업은 연구개발 성과물의 상업화를 견인할 최우선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ETRI는 R&D 성과물의 상업화를 일궈낼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연구소로 평가받았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무슨 아이템을 갖고 설립하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정부는 물론이고 특구 내부에서조차 우선 관심 순위 1위로 떠올랐던 ETRI는 최근 어렵게 연구소 기업 설립을 위한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정부의 유연하지 못한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연구소기업 설립에 따른 현금 출자 관련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ETRI는 현재 10억여원을 전액 연구소에 출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연구소기업 설립 규정에는 ‘현금을 출자할 수 있다’는 부분만 명시돼 있을 뿐, 비목(費目)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다.
이 부분에서 ETRI는 망설이고 있다. 해마다 각종 연구개발 재원에 대한 감사가 철두철미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비목이 제시되지 않는 신규 사업 분야에 재원을 출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TRI는 해마다 연구비를 정산하고 남은 예산이나 기술이전 수입료에서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문화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소기업 승인에 따른 복잡한 절차도 문제다. 연구원장에 이어 해당 이사회를 거쳐 과학기술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3단계에 걸쳐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보안 여부도 관심거리다.
몇 단계의 승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업 아이템이 공개된다면 기존 기업들과 상대적으로 역학 관계에 놓여 있는 연구소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구소기업 활성화의 전제 조건은 유연한 행정지원시스템이다. 모처럼 의욕을 가지고 연구기업 설립에 나서는 정부출연연들에 정부의 명확지 않은 법규와 지원 절차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