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친절한 경쟁자

사무실을 나서는 사람들은 반드시 두세 가지를 확인한다. 지갑과 열쇠 그리고 휴대폰. 요즘 휴대폰은 통화기능이 전부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은 명품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물건값을 치르거나 음악을 듣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 생산량이 전세계 시장의 50%를 넘어섰고 삼성전자의 휴대폰 출하량이 1억대 이상이라고 한다. 명실공히 휴대폰 강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휴대폰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수정 발진자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참담해진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휴대폰마다 십중팔구는 일본산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진입하기는커녕 사업 철수 혹은 통폐합으로 오히려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나는 수정 부품 산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배타적 성향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싶다. 업계 간 교류는 거의 없고 간단한 의문사항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수백 장의 자료를 검색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전화 한 통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동종업체를 호의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라는 생각에 먼저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데 숲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이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자존심을 내세우는 대신 먼저 손을 내밀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손을 내밀 준비가 끝났는지도 모른다. 서로 잘 안 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의견을 나누고 시장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상호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는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모습으로 마주보고 손을 잡아야 한다. 진짜 경쟁자는 ‘우리’가 아닌 시장의 8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이웃나라’이기 때문이다.

◆김종정 엑사이엔씨 차장 jjkim@exae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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