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협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라](3.끝)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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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기술협력 무대엔 상생협력의 미담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대방의 기술을 빼가려는 치열한 쟁탈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지적재산권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나 연구소끼리 손을 잡다보니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감추고 상대방의 기술을 습득하려고만 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괜히 손을 잡았다가 기술만 빼앗기는게 아니냐’는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 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참여기업이 협력의 신의성실(信義誠實)을 다하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가 국제기술협력 사업 성공의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년여의 사업경험을 통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습득과 △전략적인 협력방안 모색 △장기적 시각의 기반구축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상대방의 수를 읽어라= 구체적인 정보습득은 상대방의 수를 정확히 읽어 적절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선양 세종대 교수는 “협력은 일방적으로 기술을 주거나 받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 강점을 가진 분야를 분석해서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잘 이뤄진다”며 “상대방의 기술수요를 정확히 조사해 우리가 가진 장점과 적절히 매칭을 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협력단계는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상대방의 수를 자세히 읽을 수 있도록 각각 상대방이 가진 기술의 강점과 약점, 산업의 구조와 시장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

정재용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우리식의 전략’을 강조했다. 미국의 국제기술협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대로 답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역시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이다. 정 교수는 “우리가 보강해줄 수 있는 부분과 받을 부분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기초연구가 약한데 유럽의 경우엔 기초연구투자가 최근 감소하고 있지만 축적돼 있는 기술이 많아 이를 잘 찾아낼 경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과 시장, 표준화 등을 버무린 입체적 전략 마련해야= 시장도 적절히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기술만을 주고받는 일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 기술과 시장, 국제기술표준 등의 다양한 접점에서 합의점을 끌어내는 입체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아시아의 기술추격 국가입장에서 잠재적인 미래 시장가치를 적절히 상품화해 기술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산업기술재단은 이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기술선도형(미국형) △기술결합형(일본·EU형) △기술흡수형(과거 한국형) △집중영역 구축형(핀란드·대만형)의 장점을 적절히 섞은 멀티플레이어형 국가로의 전환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국가간 경쟁이 혼재된 시기에 전략의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확한 정보로 협력에 적합한 파트너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쓰고, 동시에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패키지를 미리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차세대성장동력산업의 국제산업기술협력지도나 주요국간 국제기술협력프로그램 벤치마킹은 이같은 맥락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긴 호흡의 네트워크 구축= 긴 호흡의 접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장기적 전략은 협력 파트너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 구체화시키는 해결책이다. 동시에 협력관계를 보다 끈끈하게 존속시켜줄 수 있다. 연구인력의 피를 섞는 역할을 하는 교육과 합쳐질 경우 효과는 더욱 커진다. 스코틀랜드 지역개발청의 경우 각국에 분원을 두고 현지에 오랜동안 몸담은 인물을 지사장에 앉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협력을 관리하도록 한다. 인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양국에 도움이 되는 협력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국내 연구자들이 현지 연구소에 협력요청을 하면 즉시 한국내 스코틀랜드 지역개발청에 연락이 가 현지 네트워크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인적네트워크를 오랜 기간동안 갖춰왔기 때문에 양쪽이 불안해 하는 신뢰성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며 “특히 이런 담당자들이 의전역할에 흐르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 끈끈한 협력 방안은 피를 섞는 것이다. 정 교수는 “모든 국가가 국제 협력에서 절대 자신의 강점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현지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현지 기업에서 함께 일하며 기술협력의 전도사 역할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회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이지만 우수인재의 플랫폼인 대학을 통한 인력의 공유가 협력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후진국의 학생도 많기 때문에 국내 연구인력 시장의 틈새를 개발해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인력교류를 위한 연구자의 비자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지적재산권 대응능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업이 우려하는 연구성과물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지재권은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없는 형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재권 분야가 취약하기 때문에 연구협력의 사전단계에서 특허분석과 기술구입, 공동제휴 등을 정하는 전략이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의 관리비용으로 무조건 많이 확보하려는 것도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연구소가 협력 기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미리 지재권 문제를 정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허권과 배치되는 위치에 놓인 기술표준 전략은 이 과정에서 좋은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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