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세트업체 전자부품 구매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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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세트업체의 전자부품 구매 계획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구매계획 설명회가 23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주요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성황을 이룬 작년 행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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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윤종용)가 조사한 국내 주요 세트 업체 전자부품 구매 계획에 따르면 올해 부품 구매 금액은 작년에 비해 4%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작년 12% 증가에 비하면 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전체적으로 구매 금액이 늘었지만 증가율이 소폭에 그치고 대기업의 공급 가격 인하 압력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부품 업체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또 작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물량 몰아주기 현상도 여전해 부품 업체의 희비 교차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친환경 부품 확대, 선진경영시스템 도입 지원 등 부품 업체에 대한 세트 업체의 요구 수준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품목별 희비쌍곡선 그려=국내 주요 세트 업체의 2006년 전자부품 구매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품목별로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PDP(27%), WLL(25.4%), 오디오(14.7%), 프린터(11.3%), 등은 부품구매가 늘어나는 반면 해외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캠코더(-30.4%), DVD롬(-11%), 에어컨(-8.7%), TV(-4.9%) 등은 줄어들었다. 특히 작년 200%에 가까운 급성장을 보였던 셋톱박스가 -81.5%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세트 업체의 달러박스인 휴대폰은 작년에 비해 부품 구매 계획이 평균을 웃도는 7.1%를 보였으며 금액으로도 16조원을 넘어 세트 업체의 부품 구매 계획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휴대폰에 이어 TV가 3조4925억4300만원, PC가 1조3585억5500만원, 냉장고가 1조244억7300만원으로 부품 구매의 큰손 품목 자리를 차지했다. 이밖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PDP도 5927억9700만원의 부품 수요가 나왔으며 VCR 및 DVD플레이어도 작년에 비해 9.7% 늘어난 6977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업체별 조달계획=국내 최대 전자 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름에 걸맞게 부품 구매 계획 예산도 가장 컸다. 삼성전자는 올해 14조4727억4900만원 어치의 부품을 살 계획이다. 이는 작년 집행한 14조1711억1300만원에 비해 2%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는 전체 구매 금액 중 70%를 웃도는 12조원 이상을 휴대폰 부품에 쏟을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체 부품 구매 예산 중 70%에 해당하는 10조원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할 계획을 잡아 국내 부품 업체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9조6925억8100만원의 부품 구매 예산을 잡았다. 작년에 부품 구매에 쓴 9조1554억6400만원보다 5.9% 늘어 전체 부품 구매 계획의 평균치를 상회했다. 다만 LG전자는 국내에서 4조8386억7600만원을, 해외에서 4조8539억500만원을 구매하기로 방침을 세워 부품 조달 비중이 국내보다 해외가 높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조4647억5100만원을 부품 구매 예산을 책정, 작년 1조3045억700만원에 비해 12.3%라는 두 자릿수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밖에 삼보컴퓨터는 전년에 비해 2.9% 줄어든 3720억원의 부품을 구매할 예정이며 이트로닉스는 작년보다 11.7% 늘어난 621억7700만원 어치의 부품 구매 계획을 잡았다.

 ◇부품 업계 무한 경쟁 불가피=주요 세트 업체의 부품 구매 예산이 전체적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부품 업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미 세트 업체들은 두 자릿수의 공급 가격 인하를 통보했으며 품질 관리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다만 부품 구매 대상이 해외보다는 국내 부품 업체 비중이 높아 이 과정에서 물량 확보를 둘러싼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작년부터 세트 업체가 경쟁력이 있는 부품 협력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고 대신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몰아주기’ 전략을 펴고 있어 부품 업체를 더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유럽연합(EU)의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이 정식 발효되는 등 선진국의 환경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친환경 부품 생산이 부품 업계의 경쟁력 잣대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의 부품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 구매 예산뿐 아니라 협력 업체 지원에서도 가장 앞선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도 양사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부품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도울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글로벌 구매 시스템 확산의 해’로 정했다. 2004년 구매 시스템의 기반을 닦고 작년에 본격적인 공급망관리(SCM)를 가동했다면 올해를 이를 국내뿐 아니라 협력 업체의 해외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삼성전자의 SCM 도입으로 부품 협력 업체들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품 협력 업체인 E사는 SCM 도입 이후 원자재 및 완제품 재고 일수가 5일에서 3일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협력 업체인 P사는 원자재 재고가 20일에서 7일로 단축됐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현장 지도와 인력 육성, 자금 지원, 공정한 평가 등 4가지 협력 업체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품질 관리의 척도인 6시그마를 작년 70여개 부품 협력 업체에 지원했는데 올해는 이를 120개 업체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장 컨설팅도 국내 60개, 해외 40개 등 100개 업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인력육성은 사출, 금형, 캐드(CAD) 등 기존 교육 이외에 올해부터는 재무, 인사 노사 관리 등 경영 노하우 분야로 확대하고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는 품질 및 제조 부문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자금 지원은 설비 투자와 컨설팅에 집중되며 공정한 평가를 통해 37% 수준인 A 및 B 등급 협력 업체 비중을 올해는 48%까지 높이려 하고 있다.

 LG전자는 상생협력이라는 큰 틀 아래 인력, 자금, 교육 및 기술의 3가지 지원과 경영 프로세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인력 지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견 기술 인력을 협력 업체에 파견하고 장기 프로그램으로 우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향후 5년 동안 협력 업체에 지원할 1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하도급 업체에는 원칙적으로 현금 결제를 예정하고 있다.

 교육 및 기술 지원은 사출, 금형, 캐드 등 생산 관련 노하우 이외에 6시그마를 중심으로 한 경영 시스템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G전자는 올해 연간 45개의 교육 과정을 개설, 1300여명의 협력 업체 임직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경영 프로세서 구축은 경영 합리화, 원가절감, 전문 기술 프로세서 등이며 영역별 전문 컨설턴트를 협력 업체에 파견하기로 했다. 특히 부품 협력 업체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을 지원, e비즈니스 기반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