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황중연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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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마다 ‘튀는’ 사람은 있다. 지금이야 혁신을 가장 많이 외치는 동네 중 하나로 공무원 조직이 꼽히기도 하지만, 불과 5∼6년 전만 해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모난 정이 돌 맞는다’는 것을 각오해야 했다.

 황중연 우정사업본부장(53)은 스스로 “내가 튀었다면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99년 정보통신부의 남궁석 장관 시절이다. 우정국장 당시 여의도공원 조성 기념으로 열린 방송사 음악회를 유치하자고 나선 것. 장관도 모르게 추진한 그를 모두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우리나라 처음으로 ‘집배원을 위한 열린음악회’가 TV로 중계되는 일은 결국 성사됐다. 현직 장관이 무대에 불려나가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집배원 가족까지 포함 5만여명이 참석한 음악회 결과가 전국 방방곡곡 거미줄 조직을 형성한 집배원들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황 본부장의 ‘저지르기’는 부산·서울체신청장을 거쳐 지난해 3대 우정사업본부장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본부로 변한 지 5년이 되는 조직을 ‘다시 손 보는’ 일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문화 정착을 위해서다.

 # “나는 4만5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IT기업 CEO다.”

 변화의 출발은 기업 경영 마인드를 갖추는 것부터다. “우정사업본부장은 직원 4만5000여명이 일하는 IT기업의 CEO”라는 그의 지론이 그것이다. 월례조회 대신 경영전략회의를 신설했다. 매주 과장급 이상 간부가 참여하는 주간 회의는 한 주간의 IT 동향 2∼3꼭지를 잡아 공부하는 미니 학습 및 토론 시간으로 마무리된다. 부임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 교육 시간으로 적어도 본부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은 IT 최신 동향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황 본부장의 CEO 마인드는 부임 후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개최된 ‘우편장비 전시회’ 참여에서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됐다. ‘포스트 엑스포’라는 주제로 열린 해외전시회에서 우체국에 PDA를 납품한 국내 중소기업이 홀로 부스를 설치해 해외 구매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우리 중소기업이 거대 장비사인 모토로라와 경쟁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울컥하더군요.”

 귀국한 그는 우정사업과 관련된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우정사업본부가 나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편IT산업체 수출 지원 협의회’는 이달 2차 모임을 갖고 본격 가동된다.

 그는 “우정사업본부의 고유 업무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이제는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다. 1701억원 규모의 ‘2006년 정보화 추진계획’에 대한 수요예보제를 도입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 역시 이런 원칙의 연장선상이다.

 # IT기업으로 변신하는 우정사업본부

 지난해 ‘u포스트 339’ 전략을 세운 그는 우정사업 부문의 ‘블루오션’을 찾는 일에 착수했다. 황 본부장은 “국민 1인당 우편물이 100통 이하인 ‘우편의 IMF’ 시대가 도래한 지 한참”이라며 “그러나 물량이 줄어도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고, 민간 시장과 경쟁하는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체국 택배나 국제특송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첨단IT 기술을 우편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은 우편물류시스템(u포스트) 구축을 위해 기존 바코드를 대체하는 전자태그(RFID) 기술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차세대 우편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한 ISP도 수립할 계획이다. 또 금융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오는 2010년까지 단계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시스템 정보전략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ISP 결과에 따라 현 금융시스템 개선뿐 아니라 경영전략을 지원하는 △보험이원분석시스템 △종합수익관리시스템 △자산배분관리시스템 △운영리스크시스템 △위험조정성과평가시스템 등 신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IT기업’은 이미 시작됐다.

 # 천직(天職)-마지막 남을 보편서비스에 대한 긍지를 말한다

 황 본부장의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요즘 사회에서 사라지는 말 중 하나가 ‘천직(天職)’일 겁니다.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천직이라는 단어를 적용할 만한 업무가 몇 안 될 텐데 우정업무야말로 천직으로 생각지 않으면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정사업경영개선기획단과 우정국장을 거친 것까지는 우연이지만 그 역시 지금의 상황은 천직이란 생각이다. 물론 이는 4만5000여명의 집배원과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며, ‘이들이야말로 천직이라는 생각 아니면 할 수 없겠다’ 하는 마음이 몇 번씩 든다는 게 황 본부장의 설명이다.

 오는 7월 1일은 정통부 우정국에서 우정사업본부로 분리된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우정청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은 조직 내부에 가장 큰 관심거리다. 그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견해를 전제로 “WTO 우편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에 대비하고, 중장기적으로 우정사업 체계 개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청으로의 승격은 적합한 조치”라고 밝혔다.

 “빨리, 정확히 배달하는 평면적인 업무에서 책임경영의 가치를 담은 조직으로 다시 변신하자”고 말하는 황 본부장. “어쩌면 마지막 남게 될 보편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라는 ‘긍지’가 결국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황 본부장은 그 긍지가 4만5000여명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황중연 우정사업본부장 프로필

- 1954년 마산 출생

- 1972년 마산고등학교 졸업

- 1977년 영남대학교 법학과 졸업.

- 1992·1996년 영국시티대학, 미 콜로라도대학

- 1977년 행정고시 20회

- 1993∼94년 체신부 장관 비서관

- 1996∼97년 우정사업경영개선기획단 부단장

- 1998∼2001년 정통부 공보관, 국제협력관, 우정국장, 전파방송관리국장

- 200∼2005년 부산체신청·서울체신청장

- 2005년 4월∼현재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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