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MB종주국으로 가는 길

김원석

 “유럽에서는 DMB가 밀릴 것 같네요.”

 ‘3GSM 월드콩그레스 2006’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국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지상파DMB의 세계화에 대한 염려가 묻어나온다.

 실제로 3GSM 행사장은 노키아가 주도하는 DVB-H 방식의 휴대이동방송 단말기 및 관련 솔루션 일색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2곳을 제외하고 지상파DMB폰 및 관련 기술을 출품한 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반면 노키아와 모토로라, 프랑스 샤젬 등은 DVB-H폰을 선보이면서 활발한 홍보전을 펼쳤다. 외국 벤처기업들 역시 DVB-H에 관련된 무선인터넷 솔루션과 휴대이동방송 기술을 대거 출품해 대조를 보였다.

 적어도 노키아·소니에릭슨이 버티는 유럽에서는 ‘이미 대세가 굳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물론 우리 기업들은 DMB, DVB-H, 미디어플로 등 모든 방식의 휴대이동방송 단말기를 개발해 놓고 있어 비즈니스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프랑스 보이그텔레콤과 지상파DMB폰 공급 계약을 하는 등 DMB 수출 청신호를 밝혔다.

 문제는 표준전쟁이다. 우리나라가 CDMA 종주국에서 DMB 종주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시장을 갖지 못한 종주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유럽은 아시아·태평양, 북미시장과 더불어 세계 3대 이동통신 시장이다.

 시장 지배자가 ‘사실상의 표준(de Facto)’을 차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베타 방식과 VHS 표준 싸움에서 보듯이 기술우위만이 세계표준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지상파DMB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민·관 합동 노력이 요구된다.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의 정치적 역학관계 및 가입자당매출(ARPU) 등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유럽 사업자들의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다.

 내달 독일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글로벌 행사 ‘CeBIT’에 외국 기업들이 지상파DMB폰이나 솔루션을 들고나올지 지켜봐야겠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