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공인전자문서 보관소 사업 돈안된다며 주저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이 관련법 고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대한 고비에 봉착했다. 지난해 12월 고시안 초안이 공개된 후 은행권을 제외하고 사업을 고려해왔던 상당수 업체가 수익성을 놓고 극심한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당장 종이 보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사업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은행들도 강도 높은 스캐닝 규정 등 초안대로 고시될 경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는 법 제정보다도 조만간 나올 고시와 향후 정책이 사업 성패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당초 산자부는 1월 말 관련 고시를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고시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 반신반의=그동안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여왔던 SI 업체·각종 인증 업체·솔루션 업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사업성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룹사 영업이 가능해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되는 SI 업체들은 일단 고시 이후에 참여를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한국전자인증 등 인증기관들도 투자 여부를 저울질중이다. 인증 업체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은 세웠으나 단순 데이터 보관 서비스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수익 모델 발굴에 대해 고민중이다.

 삼성카드 등 일부 제2 금융권 업체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한 관계자는 “전자문서보관소에서 스캐닝하는 종이 문서가 원본임을 확인해 주는 주체가 없고 전자거래기본법이 아닌 다른 법에서 원본임을 보장해 주는지가 불명확해 대형 은행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상당한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업계 전체가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권, 스캐닝 관련 고시 ‘초미의 관심’=우리은행·신한조흥은행·농협 등은 IT 자회사를 통해 사업 참여를 거의 확정지었다. 대형 은행들은 보관소 사업을 당장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IT 투자를 해놓았기 때문.

 실제로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사업자 요건에 맞게 자본금(80억원)을 확대하기 위한 상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신한조흥은행은 업무개선프로젝트(BPR)를 통해 260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대량의 스토리지도 구매했다.

 그러나 고시 초안대로 원본을 컬러로 스캐닝해야 한다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동안 수백억원 이상 들여 흑백 스캐닝한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량 컬러 데이터 보관에 드는 서버와 스토리지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 여기에 고용량 스캐닝 데이터는 네트워크 전송도 어려워 비즈니스 효율화를 저해한다는 의견도 산자부에 전달된 상태다.

 우리은행과 신한조흥 관계자는 “컬러 스캐닝 규정이 확정된다면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업 참여를 확정한 곳은=사업 참여를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하거나 담당자를 배치한 업체는 줄잡아 30∼40개사가 넘는다. 그러나 금융권을 제외하고 사업 참여를 확정한 곳은 KTNET·LG CNS·한국전자문서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KTNET는 산자부 전자문서보관소 ISP 사업자로서의 유리한 고지를 바탕으로 최근 관련 컨설팅 작업을 끝냈으며 장비 투자 확대에도 나섰다. LG CNS는 하반기 제3 데이터센터 오픈과 함께 전자문서보관소를 오픈한다는 계획 아래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사전 영업과 스토리지 구매에도 착수했다. 한국전자문서는 마크애니·투이아이티·버뮤다정보기술·윌비솔루션 4개 회사가 전자문서보관소 사업 참여를 위해 출자한 회사인만큼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로드맵 나와야”=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자문서에 대한 원본 증명 능력을 보장하면서도 전자문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묘안이 고시안에서 나와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 및 업계 공동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철홍 KTNET 팀장은 “무역 분야 전자거래는 10년 이상 걸려 정착됐다”면서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이 시행 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은행권 위주의 사업 분위기를 전 기업으로 확대해 시장을 키우는 한편 업종별 로드맵 마련과 관련법 표준화, 시범사업 전개 등 업계와 정부가 공동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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