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2)긴급진단③산업화 전략을 찾아라

 “로봇 시장은 앞으로 열어야 할 신생시장이기에 벤치마킹할 대상조차 없다.”

요즘 로봇이라는 이름을 제품에 붙여 시장에 내놓고 있는 관련 업계의 고민이다. 이같은 사정은 R&D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처음 해보는 시도인 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대기업 또한 신중한 시장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조차도 세계 시장의 흐름을 변수로 놓고 국내 시장 상황 만큼은 정부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입장에선 다소 급하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로봇의 선정하고 인프라 구축 및 기술 사업화 등을 향해 집중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 분야에서 손에 잡히는 것은 여전히 아무 것도 없다.

◇로봇상품화 과제=2000년 이후 유진로보틱스와 한울로보틱스 등 20여개 벤처·중소기업이 교육·오락용 로봇 등을 출시하고 있지만 스스로 시장을 열어갈 만큼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센서나 제어부문의 일부 기술을 제외한 음성인식, 감성재현 등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특히 부품·소재 기술은 일본에 5∼10년 정도 뒤져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업들이 대규모의 수요를 창출할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와 ‘완벽한 인간형 로봇’을 원하는 소비자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로봇은 움직이는 기기이기 때문에 안전 및 사고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풀어야할 과제로 꼽고 있다.

정통부 오상록 지능형 로봇 PM은 “초기 청소용 로봇이 나왔을 때 소비자는 청소자체에 손도 대려 하지 않고 불편하다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보조개념으로 인식이 달라졌다”며 “로봇을 통신 서비스 개념에서 접근하는 IT기반의 네트워크용 지능형 로봇이라면 시장에서 승부를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백화점식 R&D투자=국내에서 로봇의 기술 사업화는 로봇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부품·소재 산업의 강화보다는 응용기술 개발 부문에 치중해 있다. 원천분야 기술 개발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상용화 시장이 언제 열릴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는 지능형 로봇 사업은 개인 서비스와 전문 서비스, 제조업 분야, 네트워크 기반 로봇을 연구 중이다. 과기부는 로봇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휴보’ 개발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이 만들고 있는 로봇 수준의 90∼95%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첨단 기능의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정밀도나 부품 소재의 수준 등을 98∼99%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일류”라고 지적한다. 원천기술과 기본기술에 충실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돌파구 어디서 찾나=해답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지속적인 투자다. 부품·소재없는 로봇 산업이 ‘사상누각’이듯 첨단 기술력을 시스템화할 능력을 배양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반쪽짜리 산업화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을 통해 집중적인 정부 지원을 넓혀가면서 결국 모든 매듭은 시장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핵심 기술 확보와 함께 시장을 열어갈 제도적인 뒷받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KIST 시스템연구부 김문상 지능로봇연구센터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로봇 기능이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며 “핵심기술 확보와 실버로봇 사용자에 대한 복지차원의 예산 지원책, 로봇 이용자 안전법 제정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TRI에선 뭘 연구하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임주환) 지능형로봇연구단(단장 조영조)은 지능형 서비스 로봇 컴포넌트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인프라, 지능형 웹 서비스 기술, 음성인식 및 시각기반 사용자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와 연계된 홈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한 지능형 로봇 웨버(Wever)를 개발하고 미진한 마무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연구단의 로봇 연구는 지난 2004년 동화구연이 가능한 지능형 로봇 에트로(ETRO) 공개가 시발점이 됐다.

 현재 정통부가 내건 100만원대의 청소·경비·교육·엔터테인먼트 국민로봇 시범사업의 전단계인 서버 시스템은 이미 지난해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에는 5대 사업 추진을 계획 중이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IT기반 지능형 서비스 로봇(URC)을 위한 내장형 컴포넌트 기술개발 및 표준화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통합 컴포넌트의 상품화와 저가 센서 기반의 자율 주행 SW, 강인성(견디는 힘) 확보 및 URC 내장형 하드웨어 컴포넌트 현장 적용 등이 목표다.

 오피스 실내환경이 USN으로 구축됐을 때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USN 기반의 유비쿼터스 로보틱 스페이스 기술을 개발한다.

 URC 응용을 위한 가용성 및 신뢰성 고도화 작업과 함께 1만가구 시범사업용 네트워크 기반의 로봇 서버·플랫폼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능로봇산업협회가 주관하고 ETRI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는 민·연 협력 형태다.

 또 기술 상용화 차원에서 국민로봇사업과 연계된 국민로봇 서버의 활용에 주안점을 두고 공용 임베디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지원, 응용 소프트웨어의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이외에 △능동형 서비스를 위한 URC 서버 프레임 워크 개발(프로액티브 서비스를 위한 URC 서버 구조) △네트워크 기반의 다목적 견마형 로봇기술 개발(원격제어시스템 개발 및 통신시스템) 사업도 올해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조영조 단장은 “지난해에는 정연구 박사를 국내 첫 로보틱스 관련 국제 표준기구 OMG(1988년 설립된 민간 주도 소프트웨어 표준 컨소시엄) 의장으로 진출시키는 등 국제표준 분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올해는 교육·오락용 로봇 컴포넌트 기술 상용화와 함께 세계 유수기관과의 국제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종환 교수

 “로봇기술이 미국이나 일본에 뒤처져 있긴 하지만 한국 특유의 정책적인 배려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봇축구의 대부로 자리매김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ITRC 지능형로봇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종환 소장(전자전산학과 교수)은 로봇의 국내 상품화 진행 정도에 대해 “산자부나 정통부의 정책적인 비전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평한 뒤 “로봇의 대중화는 일반인이 어떻게 쉽게 돈 주고 살 것인가가 과제”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LCD나 PDP의 잘나가는 예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 우리 나라가 모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는 힘들겠지만 틈새 전략을 구사한다면 상품화 성공이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며 “오히려 IT기반의 네트워크형 로봇 분야는 가능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내다봤다.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의 도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도래할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죠. 실제 청소용이나 간호용, 경비 로봇은 초기 시장을 열기 위해 발을 떼어 놓은 상황입니다.”

김 소장은 향후 로봇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도 학계와 업계의 문제점으로 협력 부족을 꼽았다.

“현재는 대학과 기업이 따로 놀고 있습니다. 대학은 특허로 가고, 기업은 기업대로 돈 되는 일에만 몰입해 있어 상호간 상승효과를 기대할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로봇 관련 과제를 기업 상대로 발주할 땐 반드시 대학을 공동협력 기관으로 참여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산·학 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서로 융화돼야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연성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기에는 대학 인력이 더 적합합니다. 기업의 기존 인력의 사고 틀은 이미 굳었다고 본다면 창의력 측면에서는 대학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 소장은 “기업 상품이 시장에 안 먹혀 들어갈 때는 ‘튀는 전략’이라도 내놔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은 창의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이라는 말로 기업이 풀어야할 숙제도 있음을 지적했다.

“창의력이라는 것이 한 순간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김 소장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로봇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서 창의적인 사고는 시작된다고 보면 맞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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