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8강 이후 관전 포인트

2004년 11월20일, 대전 무역전시관. ‘온게임넷 에버 스타리그’ 결승전이 끝난 직후 이날의 패자인 ‘황제’ 임요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스타리그 사상 첫 3회 우승에 도전한 임요환이 그것도 자신이 키운 ‘애제자’ 최연성에게 무릎을 꿇자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국 e스포츠 역사에 남아있는 이른바 ‘황제의 눈물’ 사건이다. 스승의 눈물 앞에서 정작 우승자인 최연성은 기쁨도 자제한 채 뒷전으로 밀려나야 했다.

그로부터 다시 14개월이 흘러 임요환과 최연성이 외나무 다리에서 운명적으로 해후했다. 지난 ‘쏘원 스타리그’에서 나란히 4강에 올랐지만, 최연성의 중도 하차로 사제 대결을 피했던 두 사람이 ‘신한은행 스타리그’ 8강전 맞상대로 결정된 것이다. 오는 27일 문을 여는‘신한은행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전이 임요환-최연성간 사제대결을 필두로 박지호 대 전상욱, 안기효 대 박성준, 이병민 대 한동욱의 대결로 압축되며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 사제 대결 ‘누가 이길까’

임요환과 최연성의 대결은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8강전의 백미다. 둘 다 여러번의 메이저 우승 경력을 보유한 당대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인데다 ‘테란 대 테란전’의 명수들이어서 결승전에 버금가는 명승부가 예상된다. 특히 임요환으로선 사상 첫 3회 우승과 ‘골드마우스’를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최근 7차 MSL의 패자 결승에서 마재윤에게 충격에 3연패를 당한 최연성 역시 명예 회복과 스타리그 멀티(2회) 우승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스승 임요환을 어쩔 수 없이 또 제물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조심스럽게 임요환의 승리 가능성을 다소 높게 보는 분위기다. 최근 안정적인 경기운용 능력을 선보이며 과거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데다가 총 6회나 결승전에 오를 정도로 유독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만큼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유의 전략에 최근엔 물량전에도 강한 모습이다. 이에 맞서는 최연성 역시 보증수표인 물량이 여전한데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황제의 벽’을 넘는다는 각오다.

# ‘골드마우스’ 경쟁 어디로?

이번 8강전은 스타리그 3회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골드마우스’를 잡기위한 임요환과 박성준간의 보이지않는 자존심싸움으로도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2회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가림토’ 김동수를 시작으로 임요환과 박성준, 그리고 ‘천재’ 이윤열 등 단 4명이다. 이중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8강전에 오른 선수가 바로 임요환과 박성준. 이런 점에서 누구든 4강전에 홀로 오를 경우 골드마우스에 한발자욱 더 다가서는 셈이 된다.

대진표 면에선 일단 박성준이 유리해 보인다. 임요환이 같은 팀(SK텔레콤 T1) 소속의 껄끄러운 상대인 최연성을 만난 반면, 박성준은 팬택의 안기효와 대결하게된 탓이다. 박성준은 그러나 ‘2005 에버 스타리그’ 우승 이후 패배 수가 잦아지면서 슬럼프 기미를 보여주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예측키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안기효가 최연성, 김근백, 차재욱 등으로 짜여졌던 지난 16강전에서 만만치않은 포스를 선보이며 당당히 8강에 입성, 박성준을 긴장시키고 있다.

# ‘테란 강세’ 이어질까

‘5 대 3?’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의 특징은 테란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6강에 8명의 테란이 진출했으며, 8강에도 임요환과 최연성을 비롯해 이병민, 전상욱, 한동욱 등 총 5명이 올랐다. 반면 전 대회 우승자 오영종을 비롯해 4명이 16강에 진출한 프로토스는 박지호 단 한 명만 살아남았다. 당초 소수 종족에 대한 배려(?)로 강세가 예상됐던 저그는 ‘투신’ 박성준만 홀로 이름을 올렸다. 마치 5(테란) 대 3(비 테란)의 대결 구도다.

대진표 상으로도 ‘테-테전’이 두 게임이 있어 최소 2명은 4강에 진출하게 된다. 만약 전상욱이 박지호를 꺾는다면, 4강의 75%를 테란이 차지하는 셈. 다만 최근 1년 이상 온게임넷과 MBC게임을 통털어 테란 유저가 우승한 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라면 변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대 내로라하는 정상급 테란 중 ‘천재’ 이윤열을 제외하곤 모두 8강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모처럼 테란 종족에서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어느 대회보다 높다”고 내다본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 대진표>

박지호(P) 대 전상욱(T)

안기효(P) 대 박성준(Z)

임요환(T) 대 최연성(T)

한동욱(T) 대 이병민(T)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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