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한류 열풍의 첨병, 방송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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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10년 남짓한 방송콘텐츠 해외수출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류’ 열풍의 핵심 첨병 역할을 해왔다.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과 일본은 물론이고 카자흐스탄·몽골 같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에까지 뻗어가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미얀마·인도 등을 지나 이란·가나 등 중동·아프리카 권역에까지 이른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큰 호주·뉴질랜드·미국·중남미까지 진출하면서 우리 문화상품은 이제 ‘아시안 메이저’에서 ‘월드 마이너’로 도약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평균 50%가 넘는 고성장 행진을 계속해온 방송콘텐츠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억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임시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드라마가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특정 장르에 편중됐고 ‘문화적 할인율’이 낮아 전략상품 기능을 맡는 다큐멘터리와 만화영화 점유율은 5%대에 머물렀다. 이는 수출상품 구조가 불안정하고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는 부정적 의미가 크며, 월드 메이저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시사해준다.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문화전쟁에서 월드 메이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우리 콘텐츠 상품의 SWOT 분석을 통해 취약점을 보강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견지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콘텐츠상품은 공급 측면에서 품질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다.

 특히 우리 드라마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과 뜨거운 국민적 관심 속에 스토리(작가), 연기력(연기자), 연출력(연출자) 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우리 민족 특유의 ‘정(情)’ ‘한(恨)’ ‘흥(감성)’ ‘끼’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탄탄히 다지고, ‘미모’와 ‘끼’를 갖춘 풍부한 연기 자원과 영상감각 있는 연출자군이 산업기반을 튼튼하게 받쳐준다면 승산은 있다.

 하지만 ‘한류’ 마케팅 현장에 나가보면 지나치게 단기적인 승부에 집착하면서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돼 걱정스럽다. 각종 정책토론이나 세미나 등에서도 공급 측면에서의 품질경쟁력 혹은 가격경쟁력 확보 방안보다는 지나치게 수요나 시장 측면에 함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막 들어서는 초기시장에서 당장 수치에 취해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서도 경직된 가격정책으로 험한류 혹은 반한류 분위기를 촉진하는 사례도 보인다.

 최근 한류콘텐츠의 가격급등은 바이어 이탈 현상을 가속시키고 결국 자국 콘텐츠의 제작 확대 혹은 대체상품 등장을 촉발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전쟁은 단거리 승부가 아니고 당장의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대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어느 분야보다 두뇌 플레이가 필요하다.

 아류작에 머물거나 얄팍한 베끼기로 눈앞의 수익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만들어내고 고품질의 킬러콘텐츠를 개발하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월드 메이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와 만화영화 등 비드라마 부문에 대한 관심이 제고돼야 한다.

 또 수직적인 ‘가격인상’보다 수평적인 ‘시장넓히기’에 주력하면서 시장성숙도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오만이나 만용으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더욱 겸손하게 시장을 다지는 에너지로 활용하면서 수출가격도 경쟁 상대국과 현지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자세를 유지하자.

 마지막으로 영화와 드라마 같은 콘텐츠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산업’이란 점에서 성패는 궁극적으로 ‘사람’에 귀착된다. 따라서 문화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해야 한다.

 제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스필버그형도 필요하지만 문화전쟁 전반에 걸쳐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밀어붙일 루퍼트 머독 형도 많이 나와야 한다. 다시 한번 문화전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중장기형 ‘마라톤 게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초 펀더멘털을 구축해야 하며 ‘문화전쟁’이라는 시대상황을 적극 반영한 정책 우선순위 재설정도 필요하다.

◇박재복 MBC 글로벌사업본부 차장 jbl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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