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이 꿈꾸는 광야에서 울창한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사랑과 믿음, 존경으로 가득 찬 멋진 나날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격려해 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최근 가까운 후배 K의 결혼식 주례사는 위와 같이 마무리됐다. 나는 주례사를 준비하면서 신랑 신부의 결혼 과정과 기술과 시장 사이에 이루어지는 기술사업화 과정을 비교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기술사업화 과정은 △원천기술의 발굴단계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와 권리화 △기술의 거래 또는 이전 단계 △사업화와 시장진출 단계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단위기술 간 융·복합 필요성이 커져 연구개발 단계부터 시장의 요구를 반영함은 물론이고 제3자의 기술과 사업화 역량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복합적이고 유연한 혁신전략이 요구된다. 기술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 상호 이해 합치가 기술사업화 성공의 관건이기도 하다.
결혼은 두 남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단선적으로 진행되므로 이를 그대로 기술사업화 과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두 과정 모두 상대와 합치를 이룰 때까지 미묘하고 복잡한 분석, 평가과정을 거친다는 점 그리고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젊은이를 ‘기술 또는 지식재산’이라 한다면 결혼까지 이르는 데이트 과정은 ‘기술거래·이전’ 과정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이라는 틀을 이루는 일은 ‘기업이라는 조직을 창업’하는 것으로, 인생에 대한 설계는 ‘사업계획’으로 각각 비유할 수 있다. 결국 결혼이란 현재의 기술자산인 신랑과 신부가 연애라는 사업화단계를 거쳐 새로 창업하는 ‘부부’라는 주식회사의 영원한 공동대표로 취임하는 것이며, 새로 태어날 아이는 그들의 ‘미래의 기술자산’이 되는 셈이다.
이날 하객 중에는 벤처캐피털 투자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서로 새로운 투자기회를 주고받으면서 어느 때보다 주로 인수합병(M&A)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최근 들어 투자가들의 현금유동성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쪽으로 옮겨졌다. 그들은 대덕특구 내에 사업이 될 만한 투자거리가 있는지, 과거 벤처시장을 달구었던 연구원 창업과는 다른 바가 있는지, 올해 새로 조성될 투자펀드의 운용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가졌다.
세계시장을 지배할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할 대덕특구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좀더 설득력 있게 그들에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덕 특구에는 가치사슬의 허브 역할을 할 대기업이 없어 문제라는 나의 지적에 대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밀러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기존의 시장관성을 깨뜨릴 수 있는 기술과 이를 사업으로 이끌어내는 잘 짜인 투자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대덕 특구를 방문했던 미국의 한 벤처투자사는 초기기업의 기술력과 팀워크, 시장경쟁력을 따져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흐름을 이미 읽고 있는 선진국의 투자가들은 대덕에서 그들의 부족한 틈새를 메워 줄 특출한 ‘기술’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를 위한 대상 산업이나 기술의 첨단성 못지 않게 다른 분야 기술과의 융합 가능성, 지역 또는 동종 산업 내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부족한 혁신자원의 확보와 효율적 활용을 위한 참여기관의 기업가 정신, 다른 지역과 성과를 연계·확산하기 위한 노력 등이 우선 요구된다.
이날 주례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리 멋진 꿈과 생각도 행하기를 미룬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생은 미루고 살기에는 너무나 짧고, 행하며 더불어 살기에는 충분히 긴 기간이다. 후배 K의 결혼식에서 엉뚱하게도 기술사업화를 생각하며 새삼 느낀 점이다.
◆◆송낙경 대덕연구개발특구 기술사업화단장 lksong@ddinnopoli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