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12)­킬러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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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유비쿼터스 아파트 래미안 갤러리 내부. 인텔리전스는 물론 인간의 편안한 삶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홈네트워크 업계는 지난 수년간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는데 매달렸다. 사용자 마음을 단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킬러애플리케이션’. 업계에는 ‘절대 반지’와 같은 존재다. 세계 홈네트워크 업계가 수년간 매달렸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아직까지 찾고 있다. ‘킬러애플리케이션’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이제 그 해답을 내려야 한다.

홈네트워크 관련 회의나 세미나, 포럼 등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가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없어서 홈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 말대로라면 킬러애플리케이션은 홈네트워크 산업 전체를 촉진시킬 성장동력으로 짐작된다. 언제부터인가 ‘킬러애플리케이션’은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기 위해서 사용되는 게 아니라.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를 말하는데 더 적합한 용어가 됐다.

◇‘킬러애플리케이션=사업포기’=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를 자주 거론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통신사업자다.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를 말한 다음에는 언제나 ‘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시장을 확산시킬 확실한 제품이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가끔은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엔터테인먼트와 홈시큐리티등을 거론해보지만, 여전히 ‘부재’상태다.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라는 말에는 ‘확실하게 돈벌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뛰어들지 않겠다’는 통신사업자의 뜻이 담겨 있다. 벤처기업이나 제조업체에서 통신사업자에게 확실한 돈벌이를 보장하는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을 최대한 적게, 늦게 투자하겠다는 의도다.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는 말에는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는 통신사업자의 속내가 숨어 있다. 통신사업자는 그냥 두고만 봐도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자기 수중으로 떨어질 텐데 무리해서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통신사업자에게는 홈네트워크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하는 선순환투자구조는 먹히지 않는다. 국내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관련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통신서비스 시장은 그만큼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기반을 다져 해외로 나가려는 벤처기업과 제조업체와는 근본이 다르다.

홈네트워크 시범 사업자들은 꾸준히 자신들이 투자를 하고 있음을 거론한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제품과 서비스가 없다’며, 서비스가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겉으로는 ‘서비스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라’고 제조업체를 독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면 서비스하지 않겠다,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홈네트워크 시장 활성화의 책임을 져야할 해당 사업자들이 정작 제조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허황된 논리, 그것이 ‘킬러애플리케이션론’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제조업체와 콘텐츠 업체 등은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벌고, 통신사업자에게 세금을 내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리가 홈네트워크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이를 규제해야할 정부부처에도 킬러애플리케이션 논리가 존재한다. 통신사업자 KT, SKT가 홈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을 위해 제출한 계획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 수천여 개에 이르는 국내 홈네트워크 관련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규제의 칼날을 뽑아 들어야 한다. 그것이 킬러애플리케이션 부재를 주장하는 사업자를 독려할 수 있는 길이다.

◇이제 ‘킬러 비즈니스’를 고민하자=통신사업자들은 홈네트워크를 ‘계륵’이라고 부른다.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이른바 ‘속빈 강정’이라는 말이다. 시장은 커보이나 통신사업자가 먹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음성통화, 초고속인터넷사업으로 정부가 사업권을 보장하면서 ‘손 쉬운’ 경쟁을 해온 통신사업자에게 홈네트워크는 경쟁이 심한 ‘계륵’일 수밖에 없다. 가입자 기반의 통화요금만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결합으로 네트워크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홈네트워크는 그저 애플리케이션의 확대일 뿐이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아니기 때문에 컬러링이나, 벨 소리 다운로드처럼 눈길을 확 끄는 킬러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홈네트워크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다가온다. TV등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인간의 행동양식과 생활패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단말 판매는 물론 고객의 삶 전체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방송과 통신 영역에 대한 도전이자,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제조업체들은 홈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가전 등 단말 시장 확대와 TV포탈 시장 육성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단말부터 그 속에 유통되는 정보 시장, 그리고 다양한 T커머스, 혹은 온라인 결제 부문까지도 넘보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이미 나와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사업화시키는가 하는 구체적인 단계로 넘어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올 상반기 홈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 업체와 가전업체를 아우르는 형태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 이미 시험에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탐방-삼성물산

삼성물산 ‘래미안’은 대한민국 ‘주거혁명’으로 불린다.

삼성물산이 주택 건설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때는 90년대 초반. 98년 한국형 아파트, 99년 사이버 아파트 등을 통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붐을 일으켰다. 초고속정보통신 건물 인증으로 사이버 붐을 일으킨 삼성전자는 다음해 아파트에 고유 브랜드를 도입해 고급아파트 시대를 연다. 바로 ‘아름답고 편안한 미래주택’을 제공하겠다는 다짐으로 “래미안(來美安)”이다.

이후 래미안에는 인텔리전트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다. 2001년 건설교통부 과제로 수요대응형 인텔리전트 아파트 모델을 연구, 이를 적용한 아파트를 중림동, 송파동 등의 아파트를 선보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무선인터넷과 웹패트를 이용한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이곳에 구축됐다. 2002년 7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홈네트워크 구축사업인 타워팰리스를 준공, 2세대 홈네트워크 시대를 열었다. 2003년에는 FTTH(Fiber To The Home) 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정보통신부 시범사업으로 사당 래미안에 적용, 1기가 속도의 인터넷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삼성물산은 지난 2004년 국내 건설시공능력평가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홈네트워크 구현능력은 업계 최강이다. 2년 전부터 주거성능지표와 판상형 환기시스템 등 건강환경상품, 홈네트워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상품화한 미디어라이브(Medi@Live)등을 출시하는 등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래미안 U 플랜’을 발표, 유비쿼터스 환경을 고려한 아파트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인터뷰-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기전팀장 조욱희 상무

=삼성물산의 U플랜은.

▲99년 사이버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업계 최초 아파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래미안은 해마다 무선인터넷, 인텔리전트, 홈네트워크 그리고 유비쿼터스 아파트 등 국내정보통신의 아무도 가지

않은 미개척 분야를 걸어 왔다. 지난해 3월 발표한 ‘U-Plan’은 U-테크(Tech) 뿐만 아니라 U-디자인, , U-품질(Quality),U-서비스(Service)라는 주택 고유의 건축적인 요소들을 융합시킨 새로운 개념의 유비쿼터스 아파트다. U-플랜은 주택산업의 고유기술인 HT (Housing Technology)분야까지 고려해, 인간의 생활양식이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되도록 할 것이다.

=건설업계 입장에서 바라보는 홈네트워크는.

▲첨단,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선호하고 편리하게 생각해야 만이 진정한 의미가 있다. 서울 일원동에 있는 래미안 갤러리에는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 홈네트워크의 시각이 담겨 있다. 특히 ‘U-Style’관을 눈여겨 봐야한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으로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환경” 정도의 작은 의미가 아니라 건강, 환기시스템뿐만 아니라 건축적인 면에서 다양한 검토와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의 홈네트워크는.

▲영화 ‘아일랜드’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터치패드 스크린 테이블 등이 첨단 기기들이 속속 나온다.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유비쿼터스 라이프 (Ubiquitous Life) 개념이다. 홈네트워크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가족의 정과 사랑, 즐거움, 행복이 깃든 휴식 공간이어야 한다. 이것이 삼성물산이 추구하는 유비쿼터스다. 기술은 인간이 편해지고 안락해지기 위해 만들어진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