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점잖은 정동채 장관

정진영

 문화관광부가 정보통신부의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에 정면대응한다는 방침을 굳힌 모양이다. 문화부는 최근 정통부의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 기본계획’에서 콘텐츠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며 재정경제부에 조정을 요청했다. 지난 5일 양 부처 실장이 참석한 재경부 주관 콘텐츠 식별체계 중복 조정회의에서도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또 그동안 정통부가 콘텐츠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아온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 대한 법적 해석을 의뢰해 ‘정통부는 온디콘산업발전위원회의 간사로서 온라인디지털콘텐츠 사업 관련 관계부처 간 업무 조정만을 해야 한다’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2004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업체 줄세우기를 안 한다는 전제하에) 정통부가 가용자금을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입하더라도 문화부 일이라며 너무 몰아세우면 좋지 않다”는 견해까지 밝힌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엔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하다.

 그런데 뭔가 하나 빠진 느낌이 든다. 문화부 수장인 정동채 장관의 액션이다. ‘콘텐츠산업 주도권 놓고 문화부-정통부 논쟁 재연’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본지 4일자 지면을 통해 나간 다음날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온라인게임 업체 웹젠을 방문했다. 웹젠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4일 갑자기 결정됐다. 문화부의 적극 공세에 정통부는 ‘새해 첫 시찰은 게임업체 방문’이라는 깜짝쇼로 대응한 것이다.

 물론 문화부는 진 장관의 행보를 ‘너무나 형식적인 방문’이라며 폄하한다. 하지만 지난해 초 ‘진대제 장관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건 채 진행된 게임 CEO 대상 간담회가 장관의 방문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업계에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문화부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사업을 묵묵히 추진하고 있다는 건 안다. 자칫 혼탁할 수도 있는 싸움터에 장관까지 무작정 뛰어들라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병사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장수가 ‘진격 구호’라도 한 번 외쳐 준다면 전세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 장관도 알아야 한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