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은 별나다. 특성이 어떻든, 자질이 어떻든 무조건 자식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가려면 4년간의 시간은 물론이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 투자를 나중에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예 따지지 않는다.
문제는 모든 젊은이의 85%가 대학을 나오게 되는데 그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은 쉽지 않다. 기존 산업군에서는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을 확충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에 적절한 산업부문으로는 소프트웨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고도 성장산업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도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대학 졸업생들을 적정 수준으로 수용하려면 국내 시장만 봐서는 안 된다. 해외 수출시장까지 바라봐야 한다. 해외 수출시장을 보려면 우선 일본시장을 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일본용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능성이 가장 많은 부문은 내장형 소프트웨어(imbedded software)다. 그런데 일본은 내장형 한 가지 부문에서만도 현재 제조업에서 7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본정부 산하기관인 IPA의 통계다. 이 인력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많은 물량을 해외로 발주하고 있으나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우리나라에는 오지 않고 주로 중국·인도·미국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도 이미 개발비의 수십 퍼센트를 내장형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휴대형 전화와 날로 지능화돼 가는 자동차가 그 대표적 부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내장형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이 분야는 일자리 만들기라는 견지에서 봐도 매우 중요한 분야다.
다행히 정통부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과감한 정책도 입안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에 덧붙여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프로그램’이라는 획기적인 시책 한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고급기술박사(Highly Skilled Engineering Doctor)라는 학위를 만들어서 5년간 실제 기술개발에 종사한 사람에게 수여하게 한다. ②이들은 기업에서 뽑아서 대학에 맡긴다. ③이들은 1년 반 내지 2년은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실무에 종사하도록 한다. ④이 사람들의 실무는 반드시 고급기술의 개발업무여야 한다. ⑤정부는 국채를 발행해서 이들에게 5년간 대여장학금으로 지급한다. ⑥기업은 인턴의 수당만 지급한다. ⑦이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큰 혜택이지만 수출용 소프트웨어 육성을 위해서는 외국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이용 기회를 공여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매년 1만명 정도를 참여시켜 10년에 10만명의 고급인력을 양성한다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학생·기업·학교·국가에 모두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지난 2000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IT전략본부에서 2005년까지 아시아 각국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7만명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일본정부 독자적으로 발표하고 일본기업을 구체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다. 또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각국 정부와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 다롄 같은 곳에서는 일본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단지를 조성, 여러 가지 지원시설을 마련한 상태에서 일본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기업이 와서 기웃거려도 발을 내디딜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큰 비즈니스 기회를 상실하는 아까운 일이다.
고급기술박사 과정은 이런 일본기업을 유치하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빌딩도 제공하고, 상담소도 만들고, 일본어 교습소도 마련하면 매우 장래성이 있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용태 나래텔레콤 명예회장 ytlee1@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