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 설비 시장 `제2의 르네상스`](2)차세대 통신인프라(유선)

 한국지멘스 통신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명균 대표는 요즘 들어 부쩍 격세지감을 느낀다. 통신설비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겪던 2003년 4월, 그는 책상 하나로 국내에서 지멘스 통신장비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다산네트웍스 인수와 1200억원 규모의 KT 광회선분배기(OXC) 사업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수주하며 지멘스를 한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통신장비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사무실도 책상 하나 놓을 크기였던게 이제는 건물 한층으로 변했다.

 이명균 대표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시장 침체기를 겪으며 한국 내 주요 통신장비 업체들이 위축된 것이 오히려 지멘스에는 좋은 기회가 됐다”라며 “올해부터 광통신을 비롯한 유선 장비와 와이브로, HSDPA 등 무선 통신시스템 도입이 본격화될 것을 감안하면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KT만 해도 올해 전체 투자액 3조원 가운데 2조4000억원 가량을 유선 장비 분야에 투입될 전망이다. 특히 댁내광가입자망(FTTH)을 비롯한 IP미디어 분야에 2500억원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백본·전달·액세스망을 증설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된다.

 옥타브(KT), 유비넷(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광개토(데이콤), 케이블BcN 등 4대 광대역통합망(BcN) 컨소시엄들도 올해부터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트렁크게이트웨이(TG), 시그널링게이트웨어(SG), 신인증라우터, 소프트스위치, 다중지원서비스플랫폼(MSPP) 등 BcN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KT의 신광석 투자기획 담당 상무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투자 계획을 잡고 있다”라며 “통신시장 상황이 속도와 용량, 기능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시스템을 원하는 만큼 이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통신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주요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BcN 장비업체 뉴그리드테크놀로지(대표 이형모)는 KT·SK텔레콤·LG텔레콤·KTF 등에 시그널링게이트웨이와 미디어게이트웨이를 공급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중동·동북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대표 남민우)는 기존 초고속 인터넷 장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IP셋톱박스, VoIP 게이트웨이, FTTH(GE-PON) 등으로 주력 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콤텍시스템(대표 남석우)도 L2스위치, GE-PON, 서비스품질(QoS) 장비 등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관련 핵심 제품군을 모두 갖추고 BcN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뉴그리드테크놀로지 박재승 상무는 “올해부터 BcN을 비롯한 유·무선 통합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게이트웨이나 소프트스위치 등 관련 통신장비 시장이 크게 활기 띨 것”이라며 “회사 매출도 전년대비 3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