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병술년 한반도는 올 가을부터 몰려든 북핵 먹구름으로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미 대립이 예사롭지 않다. 단기간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달러 위폐와 마약 밀수 등을 내세운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는 전례가 없을 정도다. 미국은 연일 위폐의 증거를 들이대며 남북한을 모두 압박하고 있다. 북한에는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남한에는 애매한 자세를 취하지 말고 확실한 대북 압박전선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미동맹도 위폐와 북핵 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공공연히 노출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장이 버시바우 미국 대사의 소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하워드 미국 국회위원은 버시바우 대사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내는 등 한·미 견해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구정 북한의 핵보유 선언(2·10)으로 악화된 북핵 사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호전과 반전을 거듭했다. 상반기 교착 상태는 남측의 대북 송전 200만㎾ 제안과 각국의 북핵 해결 의지 등으로 간신히 벗어났고, 9·19 공동성명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외교의 승리라고 자축했던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수로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북·미 양측은 주도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며 11월 5차 회담에서 미국과 평행선을 달렸다. 경수로를 보장받기 전에는 북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5단계 해결책을 미국에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북핵 포기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경수로 제공은 논의조차 할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북·미 양국은 장외에서 힘겨루기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사태 해결의 요원함을 들어 비군사적 분야에서 대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인권대회 개최를 통해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동시에 마약 밀매와 위폐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주장을 날조라며 강경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북한은 12월 20일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대해 영변 5㎿ 흑연감속로의 재가동을 들고 나왔다. 미국이 인권, 마약밀매, 달러위조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면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와 달리 북한의 주장을 인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2·10 핵보유 선언이 서울과 워싱턴을 긴장시켰지만 핵 활동 강화 선언(12·20)은 반복되는 강성 발언에 불과하다며 무관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전술에 더는 말려들지 않고 독자적인 압박 전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오콘이 미국 워싱턴의 강경 분위기를 지배하면서 협상파인 크리스토퍼 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한다. 협상보다는 강경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혐의는 6자회담과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자마자 미국이 위폐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워싱턴의 강경파들이 북핵 협상보다는 압박을 통해 평양의 백기투항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근본적인 북핵의 해결책은 협상을 포기하고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작용이 적지 않은 군사적 압박보다는 위폐·인권 등 비군사적 압박을 통해 독재정권을 고립시키는 것은 미국의 고전적인 외교 전략이다. 미국이 비군사적 공격을 시도하고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구도는 결국 양측의 거부감 때문이다. 양국 간에는 불신의 강(river of mistrust)이 아니라 건너기 힘든 불신의 바다(sea of mistrust)가 있다. 양측은 뉴욕 채널은 고사하고 제3자를 통한 간접대화조차 중단 상태에 있다.
병술년 남북관계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민족공조 전략 하에 움직이겠지만 북핵의 한계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난국 타개 등을 위해 정상회담 카드를 적극 검토하겠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결국 북·미 어느 일방이 유화적 자세를 취하는 길 외에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가 북핵을 둘러싸고 북·미 대립이 폭풍 전야를 방불케 한다. 병술년 새해 극적인 대반전을 기대해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namsung@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