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탄생시킨 뤼미에르 형제 집 근처에 살고 있던 조르주 멜리어스라는 마술사가 충격적인 여흥을 선보였다.
당시 유명세를 보이던 연극으로 생각하자면 단편조차 되기 어려운, 고작 14분의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후일 ‘영화(Movie)’라 불리게 되는 그 여흥은 전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흥분을 불러왔다.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창시자인 그들은 고작 움직이는 사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 장난감이 마술사의 도움으로 영화라는 문화를 탄생시켰고, 그리하여 책이나 연극 이상으로 방대한 시장과 팬을 갖게 되는 대중 문화를 낳은 것이다.
사실 역사상 최초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14분 짜리 영상, 세계 최초의 영화 감독인 조르주 멜리어스의 상상력을 통해서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여진 그 작품의 이름은 ‘달세계 여행(Un Voyage dans la lune)’이다. 당시 은근한 인기를 끌고 있던 줄 베른의 SF 작품이었다.
대포를 이용하여 달로 날아가고 달세계에서의 모험을 겪는다는 이 작품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꿈꾸었던 달로의 여행을 공상에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냈고 최초의 영화 감독에게 영감을 주었다. 몇 시간이나 되는 내용을 모두 봐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타 장르의 작품과는 달리 달세계 여행이라는 상상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재미를 줄 수 있는 SF만의 이점을 보여줬다.
기발한 발상(상상력)으로 눈길을 끄는 SF의 특성은 ‘달세계 여행’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시네마토 그래프를 제작한 뤼미에르 형제는 ‘도살 기계(Charcuterie Michanique)’라는 작품으로 당시로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자동기계의 아이디어를 선보이는가 하면, 조르주 멜리스 역시 1987년 ‘아메리카의 의사(Chirurgien Americain)’로 이식 수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일종의 로봇을 묘사한 ‘어릿광대와 꼭두각시(Gugusse et l`Automate)’ 등의 작품으로 영화를 통해 다채로운 과학적 상상력을 표출해 보였다.
그 밖에도 영화의 역사 속에서는 ‘해저 2만리’, ‘메트로폴리스’, ‘프랑켄슈타인’ 등 수많은 SF 작품들이 선보인다. 초기의 과학적 모험물에서, 50년대에는 핵폭탄의 공포를 소재로 한 ‘지구가 멈춘 날(1951)’ 같은 작품이 선보였으며 같은 맥락에서 핵 이상의 공포를 보여주었던 ‘우주전쟁(1952)’ 역시 같은 시기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SF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후에 등장하는 수 많은 영화들에 영향을 준 것은 바로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 제작된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이다. 10명이 보면 11명이 존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작품이지만 진정으로 우주와 무중력 공간을 여행하는 연출, 실제로 존재하는 듯 한 묘사들이 눈길을 끌었고 ‘이것이야 말로 우주 여행이다’는 평을 들으며 대 성공을 거두었다(무중력 상태에서 셔틀의 스튜어디스는 머리카락이 휘날리지 않게 머리를 완전히 감싸고 있으며 지나친 힘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 다니며 손님이 놓쳐서 떠다니는 볼펜을 주워준다).
같은 해엔 원숭이들에게 지배되는 미래의 지구를 그린 작품 ‘혹성탈출’도 제작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그래선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처음 10여분 동안 원시인들이 날뛰는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기도 했다.그리고 1970년대 SF 영화는 이러한 연출 기법과 아이디어를 계승하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베트남전이다 뭐다 해서 사회적으로 우울한 시대였기 때문인지 ‘혹성탈출’을 시작으로 멸망이나 죽음 등 그야말로 어두침침한 작품들만 제작되었다.
한편 같은 시기 한 젊은 감독이 이제까지의 SF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었다. 조지 루카스라는 이름의 그 감독은 무언가 심오한 철학이나 처참한 미래가 아닌, 가족 이야기를 우주 세계에 펼쳐보이고자 생각했다. 그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않은 가운데(심지어 제작에 참여한 스탭이나 배우들마저도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이야?”라고 생각했을 정도) 1977년 영화 ‘스타워즈’는 개봉되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것은 흥겨운 모험물이자 살아있는 세계의 이야기였다. 그들이 투자한 엄청난 제작비만큼 화면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가 흘러넘쳤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멋진 장면에 빠져들면서도 지루하게 생각했던 젊은팬들은 ‘스타워즈’에 열광적으로 빠져들었고 그들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후로 SF 영화들은 변했다. ‘킹콩(1976)’이 리메이크되고 ‘슈퍼맨(1978)’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생물병기로 개발된 외계의 생명체를 등장시킨 스릴러 ‘에일리언(1979)’이 공개되었고, 1966년 제작되었을 당시에는 실패했다고 생각되었던 ‘스타트랙’이 영화로 다시 발표되면서 미국판 스타트랙 오타쿠, 트레키들을 탄생시켰다.
1980년대에는 수많은 SF영화들이 제작되었는데 허쉬 초콜렛의 매출을 단번에 배가 시킨 ‘ET(the Extra-Terrestrial. 지구밖 존재, 1982)’, 국내에선 ‘끝내주는 사람’이라고 설명되기도 했던 ‘터미네이터(1984)’, 과학적인 유령 사냥을 유쾌하게 보여준 ‘고스트 버스터즈(1984)’, 유쾌한 청년과 코믹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콤비가 활약한 ‘백투더퓨처(1985)’ 등의 작품이 차례로 선보였다.유령에 초능력에, 타임머신 등 그야말로 상상력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생각되었을 때 ‘어비스(1989)’라는 작품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터미네이터의 감독 제임스 카멜론에 의해 완성된 이 작품에서 사람들은 물 그 자체가 생명체처럼 변하며 미소까지 짓는 모습을 보았고, 그 물 안으로 여주인공이 손가락을 넣는 장면에서 경악했다. 그것이 바로 그 후 영화계를 이끌어나갈 CG의 본격적인 데뷔였다.
그리고 액션 영화로서 만이 아니라 SF영화로서도 명작으로 손꼽는 작품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이 등장했다. 전작에서 단순히 괴물로서 등장했던 터미네이터가 수호자로 활약하는 이 작품에서 역사상 그 어떤 추격자보다도 끔찍한 T-1000이 선보였다. 액체 금속으로 이루어져 마음대로 변하는 존재를 CG가 아니면 결코 만들어 질 수 없는 연출이었다.
CG의 위력은 장장 5년에 걸쳐 제작된 ‘쥬라기공원’에서 더욱 충실하게 보여졌다. 고전풍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던 이 작품은, 보다 사실적인 장면을 위해 CG를 도입하면서 제작 기간이 늘어났지만 진정으로 살아있는 듯 한 공룡을 재현함으로서 전세계적인 공룡붐을 일으켰다.
과거에서 미래까지 그리고 마이크로 세계에서 우주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SF의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 CG의 등장과 더불어 영화 세계는 끝없이 발전했다. 더욱 새로운 상상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렇듯 무한한 발전을 가져온 것이라 할까? ‘매트릭스’같은 작품의 실현도 역시 이러한 도구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끝을 모르는 듯 발전하는 SF 영화. 영화 산업과 특수효과 발전의 견인차를 했던 SF 영화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SF 칼럼리스트. 게임 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SF WAR 클럽(www.sfwar.com)이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순서대로...
◇ 유령이 나타나면 누굴 부르지? `고스트버스터즈`
◇ 고대(?)의 영화 촬영. 이것이 바로 SF다.
◇ 50년대 판 `우주전쟁`. 삼발이는 없지만 외계인의 파괴적인 힘이 잘 연출 되었다
◇ 역사상 최초의 SF 영화 ‘달 세계 여행’. 사실적이라 하긴 어렵지만 SF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표출해 주었다.
◇ ‘킹콩’. 이 작품은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쥬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이 감독한 ‘웨스트월드’. 로봇의 공포를 멋지게 연출한 명작이다.
◇ 블록버스터라는 문화(?)를 창조한 스타워즈.
◇ 모노리스. 혹 그들이 혹성 탈출의 조상이 아닐까?
◇ 클래식과 더불어 펼쳐지는 장관. 그것이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매력이다.
◇ 액체 금속으로 이루어진 T-1000. 공포란 바로 이런 것이다.
◇ ‘백투더퓨처’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서부를 질주하기도 했다.
◇ 슈퍼맨은 30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돌아온다.
◇ 물을 조종하는 외계인 이것이 CG의 위력이었다.
◇ 광선검을 휘두르는 제다이. 이것은 흥겨운 모험물이었다.
◇ 모든 관객들이 이런 표정을 지었다. `쥬라기 공원`
<전홍식 pyodogi@sfw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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