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전자업계의 치열한 시장상황을 보면 절대강자라는 말은 사라진 듯하다. 선두주자라고 해서 영원히 1위를 하는 것도, 후발주자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선도업체의 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 예측 불가능의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일례로 1976년 탄생한 애플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로서 획기적인 제품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곧 이어 나온 IBM의 대중화 전략으로 인해 특수 시장에 초점을 두게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애플이 전문가용 혹은 디자이너용 컴퓨터만을 생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이 회사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뛰어난 디자인 능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세워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빼놓을 수 없다. 모토로라·노키아가 장악했던 휴대폰 시장을 단숨에 뒤집더니 최근에는 가전 분야의 전통적인 선도 기업인 소니마저 제쳤다. 예전에 소니를 따라잡자고 외치면서 소니를 철저히 분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기술개발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자신들의 기술과 발표 내용이 곧 최신의 것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후발업체와 선발업체가 엎치락 뒤치락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시장의 성장기에 이르면 많은 사람은 누가 선발주자이며 누가 후발주자인지에 더는 관심을 두고 충성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그 시점에서 혁신적인 제품에 매료된다. 예전에 비해 고객들은 더욱 빨리 움직이며 충성도보다는 개인의 욕구 충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인터넷 등 대중매체의 확장으로 인한 정보의 보편화가 가져온 큰 변화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한정된 정보 속에서 선발업체로부터 주어진 인식의 지배를 강하게 받게 됐지만 현재에는 더욱 많은 최신 정보를 통해 후발업체의 새로운 시도 혹은 혁신성을 바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선발업체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약점과 후발업체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발업체로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시장을 창출하고 경쟁자 없이 소비자 마음 속에 첫 번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은 이점이지만 초기 시장진입에 따른 투자 및 리스크를 져야 한다는 점, 계속적인 기술개발 및 마켓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와 반대로 후발업체는 선발업체가 거쳐온 길을 분석하며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버리면서 선발업체의 약점을 계속해서 공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셋째, 후발업체의 새로운 시도가 더욱 고객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발업체는 현재의 시장 트렌드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또 다른 혁신성을 이루어내는 데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후발 업체는 새로운 시장을 열려고 하는 필요성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혁신성을 이루어 낼 수 있다.
120년 전통의 코닥도 재미있는 한 예가 될 수 있다. 코닥은 필름시장에서 선발 업체로서 엄청난 이점을 가졌으며 강력한 브랜딩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당시 선발주자는 강한 충성도를 구축하여 확고한 1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90년도 이후 디지털 및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후발주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다. 카메라 혹은 전자회사에서 디지털카메라가 개발되고 다른 기반의 획기적인 기술이 새로운 혁신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후발 주자들은 디지털카메라의 선발주자가 돼 시장을 재편하게 됐다. 코닥도 지금은 새로운 기술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점차 선발업체가 이점을 향유할 수 있는 기간은 단축되고 있으며 누가 선발이며 후발인지의 중요성도 줄어들고 있고 어떤 제품이 선발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결정을 내리는 고객 수는 점점 줄게 될 것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것이 비단 전자업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사회·경제·산업 모든 분야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치열한 경쟁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이렇게 치열한 경쟁체제가 바로 건전하고 올바른 시장경쟁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김군호 한국코닥 대표이사 kuno.kim@koda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