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
부품·소재 산업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옛날 어른들이라면 먼지가 가득 쌓여있는 청계천 고물상을 떠올리지 않을지 모르겠다. 실제 국내에서 개발된 최초의 현대식 무기인 60㎜ 박격포는 그 부품을 청계천 고물상에서 구했다고 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일단 청계천으로 달려가 부품을 구하던 것도 그리 오래된 추억이 아니다.
이렇게 시작한 부품·소재산업이 이제 첨단 하이테크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그 부품인 연료전지나 차체 소재인 고강도·초경량 금속소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컴퓨터 배달신문도 부품인 ‘두루마리 LCD’를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 바야흐로 부품·소재산업이 미래 생활상을 변모시키는 첨단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산업경쟁력의 패러다임은 부품·소재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후발개도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핵심 부품·소재의 해외 이전은 기술유출 등을 막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 극도로 제약받고 있다. 실제 일본 샤프나 캐논의 경우 핵심 부품의 해외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품·소재산업 성장에 유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회고해보면 IMF 외환위기 직후 널리 회자되던 용어는 ‘넛 크래커’라는 말이었다. 이 용어는 ‘우리 경제가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낀 호두와 같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어느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에서 인용된 단어였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기지의 주요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탈바꿈하면서 이 단어는 잊혀지고 있다. 금년도 부품·소재의 수출은 1250억불에 달할 전망이다. 이제는 ‘넛 크래커’가 아닌 한·중·일 사이의 유리한 위치를 지속하자는 ‘역동적 포지셔닝’이란 단어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부품소재 분야가 갖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2015년까지 부품·소재산업 수출 4000억 달러, 무역흑자 10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장기비전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만으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원천기술과 기초소재 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 비록 투자위험성이 높지만 시장선점효과가 큰 원천기술과, 장기적으로 막대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초소재 분야에 대해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투자가 성공을 거둘 때만이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부품·소재 글로벌 공급기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hecho@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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