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27)은나노 논란

은나노 세탁기 살균효과 논란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일부 기업과 과학기술자 간 견해차이로 여겨졌던 ‘살균효과 공방’이 수면 위로 떠올라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과장 광고 여부’를 가리게 됐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17일 은나노·은이온·스팀 기능 세탁기 3종과 보통 세탁기 1종을 비교 시험한 결과, 관련 기능들과 ‘살균’효과가 서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보호원 측은 “세제를 쓰지 않고 물만으로 세탁해도 세균이 99.9% 이상 제거됐다”며 “세균을 죽인다(살균)기보다는 떨어낸다(제균)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다음달부터 은나노 드럼세탁기 광고를 다시 시작해 살균·항균 효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일반 세탁을 통해) 99.9% 균을 없애도 남은 균들이 다시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100%에 가까운 99.9999%까지 살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소비자보호원이 시험해본 세탁기를 제조한 기업 중에서 유일한 반론이다.

사실 과학기술자들은 ‘은나노 입자의 살균력’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었을 뿐이다. 소비자보호원과 삼성전자의 공방은 이같은 과학적 입증으로부터 한 발 비켜났다. 좀더 직접적이다. 굳이 은나노 입자를 쓰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가 난다는 주장(한국소비자보호원) 자체가 해당 제품과 기업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미 은나노 세탁기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쓴 소비자가 많다. ‘쓸데없이 돈을 썼다’거나 ‘속았다’는 반응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루빨리 그 효과를 명명백백 가려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