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가전 브랜드 열 기술 안부럽다"

 어느 업종이나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가전제품에서는 브랜드가 생명이자, 기업의 얼굴이다. 특히 업체 간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시장 포화로 인해 재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최근 상황에서는 ‘브랜드 관리’가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제복 조아스전자 부사장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브랜드를 알리지 않고는 사장되기 마련”이라며 “브랜드가 기업 매출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품질경영연구소 P&M리서치센터를 통해 분기별로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하는가 하면, LG전자도 브랜드별로 담당자를 두고 관리토록 하고 있다. ‘하우젠’ 광고 후반에 삼성 로고를 삽입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도 내년 초 ‘하우젠’의 자산가치와 인지도를 통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어떤 브랜드가 있나=브랜드를 보면 기업마다 심사숙고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통합브랜드인 ‘하우젠’은 독일어로 집(Haus)과 중심(Zentrum)의 합성어로 생활의 중심, 세련된 인테리어 가전을 의미한다.

 LG전자 ‘디오스’는 고급스러운(Deluxe)·지적인(Intelligent)·최적의(Optimum)·조용한(Silent)의 이니셜을, 에어컨 브랜드인 ‘휘센’은 회오리를 뜻하는 Whirl과 Send를 합성했다. 어감상 ‘센바람’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드럼세탁기인 ‘트롬’도 실은 드럼을 뜻하는 독일어 Trommel에서 유래했다. 이름 자체가 세탁기 종류인 드럼세탁기인 격이다. 그러면서도 어감상 강하고, 부르기 쉬워 ‘트롬’은 드럼세탁기가 생소한 국내 소비자층에 빠르게 인식될 수 있었다. ‘트롬’은 해외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브랜드인 ‘코웨이’는 co와 way의 합성어로 ‘함께 가는 길’을, ‘룰루’는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이 외 동양매직의 비데 브랜드인 ‘살루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름을 딴 것이지만 건강과 안전, 구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고민중=그러나 연말을 앞둔 가전업계는 브랜드 전략에 고민하고 있다. 통합브랜드를 강화하다 보니 제품별 기능을 알리기 힘들고, 제품별로 브랜드를 가져온 기업은 하나의 구심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년간 ‘하우젠’ 브랜드를 고수해 왔지만, 개별 제품 기능을 알리고 영업전략을 다양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통합브랜드로서 제약이 있다”며 “조만간 원점에서 심사숙고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97년 프리미엄 브랜드로 처음 선보인 ‘지펠’ 브랜드의 통합 여부도 삼성전자로서는 고심이다.

 LG전자도 지난 9월경 브랜드에 대한 통합작업을 벌였으나 여전히 진행중이다.

 제품마다 별도 브랜드를 가져온 웅진코웨이도 시너지효과가 적다고 판단, 개별 브랜드를 묶어줄 수 있는 새로운 컨셉트를 구상중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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