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올해 소프트웨어(SW) 관련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지난해 4월 금융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WLC(Workload License Change)’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WLC는 SW를 월별 사용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비용을 적용하는 방식. 기존 SW가 CPU나 사람 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라이선스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WLC는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온디맨드 서비스 개념을 적용했다.
김기은 대신증권 상무는 “메인프레임의 운용체계(OS)는 물론이고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라이선스 비용이 많이 드는 시스템 SW의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하기 위해 WLC를 적용했다”며 “WLC 도입 후 지금까지 SW 관련 비용을 75% 가량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SW 서비스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SW산업은 지식자산가치에 대한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등 세계적인 SW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SW가 다양해지고 라이선스 비용이 크게 올라가면서 SW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손형락 소프트온넷 부사장은 “SW가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식당에서 미리 메뉴판을 만들어 놓고 손님이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요구하는 음식을 곧바로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최대 SW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인터넷과 SW를 결합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한 배경에도 고객의 요구에 맞는 SW를 적시에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SW 서비스의 요구는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를 통해 검증됐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필요한 SW를 인터넷을 통해 빌려 쓰는 ASP 시장은 지난해 42억달러를 기록한 후 향후 5년간 매년 21%씩 고도 성장을 통해 오는 2009년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효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황종성 한국전산원 IT전략단장은 “최근 자체 조사 결과 50인 이하 소기업이 ASP 정보화를 통해 투자액의 245%에 해당하는 가치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ASP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 등 세계적인 SW업체들은 SW의 서비스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SW와 유틸리티 컴퓨팅을 접목해 쓰는 만큼 비용을 내는 SW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SW를 다운로드하고 업데이트하는 인터넷 SW 서비스를 구현했다.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은 “고객이 DBMS나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한 후 유료로 제공받는 다양한 운영 지원 서비스를 아웃소싱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일동제약 등 중견중소(SMB) 업체들이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라고 밝혔다.
최근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기술로 평가받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도 SW 서비스화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박정화 한국IBM 전무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유연성과 속도가 필수적”이라며 “기업 내부 프로세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라는 기본적인 기능 단위로 나누고 이들 서비스를 연결하는 SOA가 각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SW업계는 오는 2010년까지 70%의 SW업체와 고객이 기간제 요금 방식의 서비스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훈 액센추어 컨설턴트는 “PC의 별도 구동 프로그램 없이도 인터넷에서 SW를 다운로드해 가동하는 방식이 개발돼 상용화에 들어갔다”며 “SW가 패키지나 인프라 구축이 아닌 이동전화 서비스와 같은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익종·윤대원기자@전자신문, ijkim·yun1972@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소기업 ASP 가입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