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업체 슈퍼급 인재 있다

 셋톱박스업계에는 특별 관리대상인 슈퍼맨이 있다. 이른바 ‘S급(슈퍼급)’으로 불리는 인재들이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한 명, 많게는 1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전공은 달라도 셋톱박스업체의 ‘A에서 Z까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니터 3대를 동시에 켜놓고 ‘멀티’적으로 일하거나, 출장 가서 며칠 동안 잠 안자고 버티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셋톱박스를 팔기 위해 외국 방송사 네트워크 기획까지 해준다.

 외국 방송사업자들에게 이들은 ‘귀빈’이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하기 때문에 이들은 회사 측에서 늘 이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 타 업체의 스카우트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연구소로 직접 통하는 전화번호를 없앨 정도다. 헤드헌터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마케팅 전문가, 휴맥스 이용훈 이사<사진>=서울대 제어계측학과 83학번으로 79학번인 변대규 사장과는 후배 사이다. 대학원에서 같은 교수 밑에서 공부한 게 원인이 되어 휴맥스 전신인 ‘건인’ 때부터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이 이사는 기술영업 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독일 프리미에르TV 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웬만한 방송사 셋톱박스 수출은 그의 손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상황과 사건 등 각종 정보를 조합하는 ‘퍼즐맞추기’를 잘한다. 이공대 출신답게 셋톱박스 기술트렌드를 읽는 데 강하다. 변대규 사장을 제외하고 초기 창업멤버 중 유일하게 휴맥스를 지키고 있다.

 ◇기술 로드맵, 홈캐스트 최승조 상무<사진>=삼성전기 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이다. 2000년 홈캐스트 전신인 이엠테크닉스 출범 당시 이보선 상무와 동참했다. 66년생 동갑인 이 상무와는 연세대 전자공학과, 삼성전기종합연구소를 함께 다녔다. 최 상무가 초기에 맡은 일은 홈캐스트의 R&D 로드맵을 짜는 일이었다. 유럽지역 등 신규 시장 개척 때는 기술영업에도 앞장섰다. 최 상무의 셋톱박스 업력은 10년. 대한민국 셋톱박스 개발사와 일치한다. 베테랑답게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전체를 보는 눈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 상무의 요즘 관심사는 CAS, MHP(양방향), 고선명(HD), 개인영상녹화기(PVR) 등 고부가 제품군 개발이다. DAB·DMB 분야도 준비중이다.

 ◇셋톱박스 디자이너, 가온미디어 이상길 팀장<사진>=셋톱박스업계에서 처음으로 지난 2003년, 2004년 연속으로 ‘굿디자인(GOOD DESIGN)’을 수상했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운송디자인을 전공, 자동차를 디자인하려 했으나 셋톱박스 디자이너로 운명이 바뀌었다. 대학원 재학 당시 모 업체 셋톱박스 GUI디자인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됐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보는 셋톱박스는 미래 가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홈서버·멀티미디어 기기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가장 아름답고 편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년에는 ‘가온다움’을 선보이려 한다. 이를 위해 그의 팀은 최근 DDI전략(Digital Design Identity Strategy)을 만들고 있다.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가 원하는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를 찾기 위해 그는 요즘 비행기에 자주 오른다.

 ◇해커에서 IP셋톱박스 개발자로, 셀런 고재성 실장<사진>=셀런 김영민 사장과 같은 전남대 컴퓨터 동아리 출신이다. 고 실장은 대학 재학시절 유명한 해커였다. 타업체에 있다가 2000년 김영민 사장의 요청을 받고 셀런으로 이적했다. 주 담당부문은 IP셋톱박스 SW개발이다. IP셋톱박스를 만들어 내면서 지난해 업계에 신흥 S급으로 부상했다. 셀런은 업무성과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팀별단위로 매달 정산하는 ‘팀별정산제’라는 특이한 제도를 운용중이다. 고 실장이 담당하는 연구1실은 ‘Windows XP와 WinCE 운용체계’를 IP셋톱박스에 적용시키는 프로젝트 개발에 성공,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인사고과 또한 높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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