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이제 국민생활 구석구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인프라가 됐다. 마치 수도·전기·도로와 같이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정보 분야의 인프라로 깊이 자리잡았다. 인터넷은 원래 유선통신으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무선으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즉 이동전화·PDA·노트북PC와 같은 단말장비를 통해 인터넷을 무선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캠퍼스를 걸어가며, 차안에서, 공항 열린 공간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공익성이 요구되는 국내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특정회사 단말기와만 연결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학이나 정부가 인터넷으로 공공 서비스를 하면서 특정회사 단말기와만 접속되도록 제한하면 국민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라디오나 TV 방송을 특정 회사 수신기로만 보내는 것과 비유될 수 있다. 또 한국도로공사가 도로를 만들 때 특정회사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고 다른 회사 자동차들은 다닐 수 없도록 도로를 만드는 것과 비유될 수 있다.
요즘 바로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 무선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만을 서비스한다는 것은 공익성이 요구되는 인프라 산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스팟 인터넷 서비스는 윈도를 탑재한 단말기와만 무선 랜이 되고, KT 와이브로도 윈도 휴대폰과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가지 종류의 무선인터넷이 다 윈도라는 특정회사 OS를 탑재한 단말기와만 연결이 가능하다. 맥·리눅스 등 다른 운용체계를 탑재한 단말기들은 연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KT가 무선인터넷 접속과 관련된 프로토콜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노트북PC 사용자들은 오랫동안 매킨토시나 리눅스 운용체계를 사용해 왔다. 이들이 한국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노트북PC를 하나 더 가지고 다녀야 한다.
특히 리눅스는 공개 소프트웨어인데도 연결을 할 수 없다니 더 큰 문제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내부 소스코드가 공개돼 기술 독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외국 국가들은 요즘 다투어 공개 소프트웨어를 진흥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일본 NTT는 이동전화기 중 3분의 1은 리눅스를 탑재하도록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동전화기에 반드시 리눅스를 쓰도록 강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MS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거래 조사결과에 따라 한국시장에서 윈도를 철수시키고 새로운 버전의 제품출시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는 어이없는 현실 또한 독점이라는 시장실패가 원인이며 이런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KT는 민영화하면서 ‘공익성 보장 의무 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KT는 아무리 소수라도 리눅스·매킨토시 사용자들도 무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윈도 제품에만 무선 인터넷 접근을 허용할 경우 정부나 대학 같은 공공기관들은 형평성이 배제된 통신망을 통해서는 공공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전기·수도·도로·라디오를 일부 국민에게만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국 무선 랜에서는 이미 리눅스 등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고 해외에 유사 서비스가 아직 없기 때문에 더욱 공개 소프트웨어 접속을 보장해야 한다.
끝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호주에서 교수가 새로 부임했는데 나를 만나자 처음 묻는 말이 “일본과 중국은 모두 리눅스 이동전화기를 개발했는데 왜 한국은 개발하지 않느냐?”였다.
◆고건 서울대학교 교수 kernko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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