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디지털 대한민국](12.끝)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Photo Image
1995년 2월 9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윤우 삼성전자 기술총괄부회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이 TFT-LCD양산공장 준공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자산업 50년사

이병철, 구인회, 정주영, 김우중, 구자경, 이건희, 구본무… .

 디지털 대한민국 50년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를 써왔다. 식민지 해방 이후 일본이 남긴 식민지 역사의 고통과 민족전쟁, 보릿고개, 4·19, 5·16, 긴급조치, 유신, 오일쇼크, 광주민주항쟁, 87년 민주화운동, 97년 IMF 환란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대격변기 속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축을 쌓았다. 물론 디지털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과 함께였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업과 임직원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을 하며, 12회에 걸친 연재를 마친다.

 

 1959년 11월 4일자 어느 한 신문에는 LG전자 진공관 라디오 출시를 알리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기자는 기사 끝에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그런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라디오가 문명의 이기이고, 국민 다수가 라디오를 이용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었다.

 2005년 1월 본지에는 이런 기사가 쓰였다.

 “삼성전자·LG전자가 PDP·LCD·슬림 브라운관·프로젝션 TV 등 정보가전 분야와 휴대폰, DMB단말 등 통신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개막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

 50여년 만의 변화다. 꼴찌에서 선두주자로, 우리는 세계 전자업계에서 놀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남들은 기적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기적이라 부를 수 없다. 외국기업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을 일했지만, 우리는 24시간 일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50년은 경쟁국에는 150년이기에 우리에게 오늘은 ‘기적’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다.

 그 속에는 품질 낮은 국산제품을 묵묵히 참고 사용해 준 대한민국 국민이 있고, 졸음을 쫓으며 제품 조립을 하던 노동자가 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현지 대형 유통점을 방문, ‘일제 복사품, 저가용 제품’이라는 수모를 받으면서도 웃어야만 했던 수많은 직원의 애환이 있다. 이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지난 50년 디지털로 체질이 개선됐다.

 1950년대 이전 세계 가전업계 100대 기업 중 살아남은 기업은 필립스 이외에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의 자존심 제니스는 LG전자에 합병됐다. 가장 거친 가전시장에서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같은 꿈을 꾼다. 삼성전자는 8대 성장엔진과 6대 혁신과제를 통해, LG전자는 혁신적인 디지털 제품과 빠른 실행으로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정상이 하나인 만큼 톱3 진입에서 양사가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디지털TV를 비롯한 디지털멀티미디어제품군, 이동통신제품군, 개인용 모바일 기기군, 생활가전 제품군에서 경쟁해야 한다. 미래 전략사업인 홈네트워크, u헬스, 홈 캐어 로봇 등에서도 격돌해야만 한다.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에 LG전자가 발전했습니다. LG전자가 있기에 삼성전자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올 1월 라스베이거스 CES 기자회견장에서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양사 간 경쟁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쟁자지만, 경쟁 속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기술혁신과 마케팅 제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의 힘을 믿는다.

 바야흐로 컨버전스 시대다. 기술·지역·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이 붕괴하는 시기다. 이들은 2055년 한국 전자산업 100년 역사를 쓰기 위해 다시 그림을 그린다. 두 회사는 앞으로의 50년은 우리에게 150년이 아니라 1500년과 같은 시기가 될 것임을 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미래를 준비하고 창조하는 자가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초일류를 달성하려면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반드시 성취될 것입니다.”

◆[50년 후의 미래상] 2055년 현재 전자제품 지능 140 넘어서 

 전자제품의 지능(IQ)이 지난해 136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140을 넘어서면서 진정한 감성인식 시대에 들어섰다. 올해 가전업계의 화두는 ‘감성인식(Sensibility Recognition)’ 또는 ‘감정인식(Emotion Recognition)’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과거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IBM이 시장확대에 나선 바 있는 슈퍼컴퓨터(현재는 전세계 9개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가정용 슈퍼컴퓨터)가 전체 87.4%의 가구에 보급된 데 따른 결과다.

 가정용 슈퍼컴퓨터는 진화를 거듭해 ‘감성인식’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정의 모든 전자제품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가정당 평균 3.8대가 보급돼 있는 가정용 로봇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2011년 우리나라가 가정용 로봇 제어를 위한 통합서버 개념을 제안, 국제 표준으로 정착한 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21세기 초 홈네트워크를 표방하면서 각각의 가전제품에 인공지능 개념을 적용했지만, 이들을 하나의 운용체계(OS)로 묶어 단일 가정용 슈퍼컴퓨터가 통합 관리하는 개념을 우리나라에서 최초 제안한 후 반세기 만에 이룬 쾌거다.

 우선 출입통제 시스템과 현관 조명·배음(배경음향) 시스템의 변화는 감성인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관 출입통제 시스템의 경우 출입문 반경 2m 안에 사람이 접근하면 스스로 작동하는 원거리 홍체인식과 현관문 손잡이를 손으로 잡는 동시에 감지되는 지문인식으로 거주자(주인) 여부를 확인한다.

 지문인식시에는 등록된 거주자의 지문 외에도 평상 체온과 손의 수분(땀), 맥박 등으로 감정을 분석하고 현관문에 들어서는 동시에 분위기에 적합한 조명과 배음으로 주인을 맞는 고급형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공기청정 및 가습을 담당하는 로봇이 주인의 감정에 맞는 인사말로 반기고, 주인의 현재 감정에 맞는 색상의 LED 조명으로 밝혀진 거실조명과 슬라이스 패널 TV(두께 3mm로 벽에 밀착된 TV)가 평소 즐겨 보던 채널이나 인터넷 사이트, 음악 사이트를 연결해 주인의 피로를 풀어준다. 슬라이스 패널 뒤의 감성조명은 TV 화면밝기나 콘텐츠의 분위기, 음악의 템포에 맞는 은은한 불빛을 발산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통제하는 로봇이 주인이 집안에 들어설 때부터 곁을 지키는 자그마한 가정용 슈퍼컴퓨터 로봇 ‘셀마’다. 주인이 앉는 쇼파의 탄력에서부터 화장실 변기 착석과 동시에 체크되는 주인의 건강상태, 계절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침대의 온도 및 습도 등 살피지 않는 게 없다. 다른 가정용 로봇 및 가전제품의 통제자이자 주인의 절친한 대화상대다.

 모든 가전제품의 지능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들 가전을 통제하는 ‘셀마’가 지능 140 이상으로, 가정의 모든 것을 주인의 분신이 돼 대신 통제한다.

 따라서 이 ‘셀마’의 지능은 모든 가전 및 기타 전자제품의 지능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 가정용 슈퍼컴퓨터 로봇의 이름은 주인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로봇 주위에 만들어지는 실물 같은 3차원 ‘셀마’의 영상도 주인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