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자회담 제5차 회의에 거는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회담에서는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북핵 해결의 목표와 원칙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집중 논의하기로 돼 있다. 지난 6자 공동성명에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성과를 이루었듯이 이번 5차 회담에서도 진일보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남북한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 500억원 규모의 남북 IT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요 추진사업을 살펴보면 남북한 데이터 통신망 구축, 개성공단 지역에 대한 정보기술센터 설치, 북한 인력에 대한 교육사업의 세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남북 IT협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19 공동성명’ 직후 정부는 에너지·물류운송·통신인프라 분야에서 장기적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민간 및 당국 차원에서 제기되는 경협문제들을 신속하게 지원 또는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상시적인 협의 채널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폭넓게 남북경협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본래 개성공단 사업은 단순한 남북경협의 차원을 넘어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이라는 국가전략의 주요 과제로 추진됐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은 동북아 국가들이 역내 국가 간의 지역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 세계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의 중심에서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산업·물류·정보통신 등 각 분야의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거점으로 육성해 남북한의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토대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업의 진행상황을 보면 개성공단 개발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에 체계적으로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향후에도 개성공단이 현재와 같이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 기반을 두고 중소기업들의 단순 생산거점으로만 활용된다면 당초 우리가 구상했던 개성공단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이 장기적으로 수도권이나 환황해경제권과 연계해 그 역할을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생산 경쟁력은 남한의 금융·물류와 연계될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개성공단은 실질적으로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은 북한과 인접한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을 아우르는 동북 3성의 경제개발을 국가적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동북 3성은 지정학적 위치와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공동체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동북 3성 개발은 남북한에 새로운 지역경제협력이라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라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북한의 외자유치나 산업구조 재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북한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자 공동성명의 채택, 남북관계 회복, 남북경협에 대한 국민적 성원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남북경협에 우호적인 환경이 성숙되고 있다. 일부에서 남북경협 제도화의 미흡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개소, 인프라 확충 등 개성공단사업도 점차 본격화되는 과정에 있다.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중국·일본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국제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상징성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세계 최고의 IT인프라와 물류기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육성전략과 연계전략을 세우자.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온 숙원과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민래 SK텔링크 사장 mlcho@skteleco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