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세상 속으로](39)메가트렌드 2005①의료

유비쿼터스가 우리 사회와 생활 전반을 바꿔 놓고 있다. 유비쿼터스가 미래 사회의 변혁을 가져올 핵심 키워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은 물론 정부와 학계, 일반 개인까지도 ‘u-’ 사회에 대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과연 우리 사회·경제·생활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이다. 이에 u코리아 기획팀은 의료, 주거&라이프, 유통·물류, 공공행정,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실태와 움직임을 따라가 본다.

‘2005년 11월 14일. 학회 세미나에 참석차 부산에 가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인 김 교수에게 병원에서 당직의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김 교수가 맡고 있는 환자의 상태가 갑자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급히 PDA폰을 꺼내, 가상사설망(VPN)으로 병원 시스템에 접속했다. 각종 검진기록과 새로찍은 엑스레이 사진 등 환자 전자의무기록(EMR)을 검토, 급한 처방을 내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환자의 실시간 상태를 점검했다.

몇년 전 상상속에 존재했던 ‘유비쿼터스(u) 병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상상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얼마전 u병원을 표방하며 오픈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이런 u병원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앞에서 보여준 PDA폰 사례도 세브란스 병원이 실제 구축, 운영에 들어간 시스템중 하나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병원은 무선통신을 통해 24시간 내내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환자는 개인정보가 담긴 스마트카드를 한 번 발급받으면 병원 내에서 무인안내시스템을 통해 예약·접수·수납까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외래진료시에는 병원 도착해 스마트카드를 안내 시스템에 갖다 대기만 하면 진료 예약 내용과 시간, 담당 의사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길까지 안내한다.

또 병원에 개인의 건강·진료 정보는 물론 먹는 약, 주사 접종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해 스마트카드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면 평생 건강 기록을 조회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다른 병원에 가서도 혈액이나 병력 등을 반복해 검사 받을 필요가 없다.

의사와 간호사도 디지털 진료차트를 사용, 각종 종이서류와 X선·CT·MRI 필름 등도 사라지고 있다.

PDA폰과 노트북PC를 통해 환자 상태를 언제든 체크할 수 있으며, 회진 때는 환자를 손목에 차고 있는 바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인천길병원, 단국대병원, 삼성병원,서울대병원 등도 u병원 구현에 한창이다.

병원 뿐만 아니라 환자의 집, 헬스클럽 등 유비쿼터스 의료 환경은 우리의 생활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T 마케팅연구소와 공동으로 원격진료 건강관리 개념의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집에서 혈당과 심전도를 측정하면 그 정보가 휴대전화와 공유기를 통해 병원으로 자동 전송되고, 의료진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환자 정보를 조회, 정기적으로 피드백해주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병원을 직접 방문하라는 내용 등을 문자메시지로 환자에게 전송한다.

2008년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첨단 ‘u헬스케어’ 시스템이 도입된다.

u헬스케어 서비스는 홈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정에서도 혈압·당뇨·비만 등 주요 병인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첨단 의료 프로그램이다. 아파트 입주자는 홈패드와 연결된 측정기기로 혈압이나 체지방을 체크,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병원과 자동 연결돼 생활습관이나 식단, 운동지침 등 원격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태가 위급할 경우에는 응급서비스에 직접 연결, 자동 진료 예약 및 응급상담 서비스가 제공된다.

2003년 2월 17일자 전자신문에는 실린 ‘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u헬스케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게재됐다.

‘화장실 문에 심어진 센서나 카메라를 통해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를 PDA로 제공받을 수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집에 가보라고 한다거나 투약시간에 약을 먹으라는 등의 필요한 행위를 제안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비상시 센서나 홈로봇이 직접 119를 부르거나 주치의에게 연락해 원격진료를 받고 구급약을 투약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불과 2년 6개월전 ‘상상’으로 표현했던 일이 실현된 것이다. 기술 개발 속도가 몇배나 빨라진 현 시점에서 2년 6개월 후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뷰>연세대학교 의료원 장병철 의료정보실장(의과대학 흉부외과 교수)

11월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병원을 표방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의료진이 첨단 의료정보 장비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각종 의료 정보망에 접근, 의사가 외부에 있어도 환자의 상태를 돌보거나 진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 유비쿼터스 단어 뜻 그대로 ‘u병원’이다.

이번 u병원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연세대학교 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인 장병철 교수(53)는 병원 시스템 구축 후 5개월간 전자의무기록(EMR)을 정리하고 본 서비스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구축에만 100억원을 투자했다.

“세브란스 병원이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고객’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니 만큼 고객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는 점에 기본을 두고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병원 내에서는 주차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진료 예약, 처방전, 조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카드 한 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웹 방식으로 구현한 시스템은 집, 혹은 외국에서도 자신의 진료 기록을 보는 것은 물론 수시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 담당 의사가 볼 수도 있다.

환자들이 좀더 편리하고,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한 게 특징이다.

“웹을 기본으로 모든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언제 어디서나 환자와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입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함께 관심을 쏟은 것이 환자의 모든 병력이 데이터베이스화되기 때문에 보안 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스마트카드를 도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스마트카드를 갖고 있으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으로 인식됩니다. 이 카드를 위치 안내 시스템에 갖다대면 복잡한 행정 절차 없이 진료 접수가 완료되며, 병원비는 물론 주차비까지 이 카드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대중교통카드인 ‘T-머니’에 신용카드 기능까지 갖췄다. 카드를 이용하면 영동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까지 네트워킹돼 지역에 관계없이 여러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개인병원들까지 시스템에 연결, 협력 체계를 구축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u병원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장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시작은 미국인 선교의사 호레이스 알렌이 한국 최초의 서양의학 병원 광혜원을 세운 1885년입니다. 이번 연세대 u병원 오픈은 광혜원을 통해 서양의학이 전해진 뒤 120년에 이뤄지는 최고의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21세기 의료 환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장 교수는 현재 HP와 함께 혈액과 항암제 등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약품에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적용, 시험하고 있다. 조만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2003년 9월 테스크포스팀을 구성, 2년여 동안 u병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 상태가 u병원의 완성된 모습은 아닙니다. 올해를 1단계로, 내년과 2007년까지 2, 3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입니다.”

일부에서 제기됐던 u병원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 장 교수는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시스템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