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 때아닌 로밍 `공방전`

 이동전화 시장에 때 아닌 ‘로밍’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SK텔레콤·KTF가 내년 상반기 WCDMA(HSDPA) 본격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당초 계획상 전국 84개 시 지역 가운데 양사 간 로밍을 의무화했던 39개 시 지역의 로밍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2세대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대역과 로밍할 수 있는 듀얼밴드 단말기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통화품질이 취약한 도서·해안지역 등의 경우 SK텔레콤 측에 로밍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사상 처음으로 로밍에 대한 기준을 마련, 이를 정통부 ‘고시’로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향후 로밍을 둘러싸고 업계의 공방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T·KTF의 3세대 로밍 공방 가열=내년 상반기까지 각각 전국 84개 시 지역과 45개 지역 WCDMA 기지국을 구축할 SK텔레콤과 KTF는 현재 KTF가 독자 망을 갖추지 못하는 나머지 39개 시 지역에 대해 로밍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용화 일정과 서비스 대상 지역, 39개시의 로밍은 이미 지난 2003년 양사가 WCDMA 자회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통부의 인가조건상에 명시된 것이다. 하지만 WCDMA 로밍 협상은 SK텔레콤이 제공해야 할 망의 ‘범위’를 놓고 양사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KTF는 음성통화 외에 부가서비스까지 로밍이 가능한 ‘무선망 로밍’ 방식을 요구하는 반면, SK텔레콤은 종전(2세대 이동전화)처럼 교환망 로밍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측은 “어떤 사례를 보더라도 망은 제공할 수 있어도 특정 회사의 경쟁력인 부가서비스까지 로밍했던 경우는 없다”면서 KTF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비해 KTF는 기존 2세대와 달리 3세대에서는 기술적으로 부가서비스 로밍까지 가능할 뿐더러 이미 호주 등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KTF 관계자는 “3세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기술표준화 측면에서 부가서비스 로밍을 충분히 수용할 만한 기술”이라며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WCDMA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KTF로서는 내년 초기 시장에서 로밍이 순탄치 않을 경우 나머지 39개 시 지역까지 독자망 구축을 서두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이번 기회에 아예 로밍을 법적인 수준의 고시로 제정, 향후 늘어날 로밍 시장에서 사업자 간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로밍 고시 제정을 위한 전담반을 가동, 현재 구체적인 로밍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양사 간 자율협상이 어렵다면 로밍 기준이 나온 뒤 이를 통해 중재하겠다”며 “로밍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는 만큼 만약 KTF가 제약을 받는다면 독자망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통신정책에 관한 한 줄곧 설비 기반 경쟁을 유도해왔던 정통부로서도 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로밍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세대 로밍은 가입자 경쟁 촉발 가능성=또 다른 로밍 이슈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진행중인 800㎒ 로밍 문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재분배를 요구해온 LG텔레콤은 LG전자에 두 주파수 대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듀얼밴드 단말기 개발을 의뢰, 내년부터는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천·제주도 등 통화품질이 취약한 일부 지역에 한해 SK텔레콤의 로밍을 통해 개선한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로 인해 SK텔레콤 가입자의 이탈이 또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이 양사의 최대 갈등 요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로밍 수수료도 필요없다”면서 “번호이동성으로 가뜩이나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LG텔레콤의 주장을 수용하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현재보다 2만∼3만원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단말기만 나오면 곧바로 공론화를 통해 로밍을 요구한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또 다른 로밍 논란이 촉발될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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