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수익 모델 개발을 위한 선행 투자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자금 여력이 생기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재계가 내년을 잔뜩 벼르고 있다. 상공회의소가 3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를 잘 반영한다.
◇공격적 투자 확대=이번 조사 결과를 볼 때 대기업들이 내년도에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투자 패턴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격형 투자로 평가받는 신규 설비(올해 29.8%→내년 35.4%), 신규 사업(17.1%→32.3%), 신상품 개발(7.6%→13.8%) 등의 투자 비중이 적게는 6%포인트에서 많게는 15%포인트 확대됐다. 이에 비해 안정·보수적 투자로 알려져 있는 기존 설비 개보수는 올해 40.4%에서 내년 13.8%로 큰 폭 축소할 움직임이다.
본격적 투자 시점도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분기라는 응답이 46.2%로 절반에 육박하며, 2분기(34.2%)를 합할 경우 80%를 넘는다. 내년도 투자 규모 역시 긍정적이어서 올해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이 27.9%로 축소 응답(15.0%)보다 많았다.
◇배경은=공격 투자 비중을 크게 확대한 데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지난 9월부터 가시화됐다.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111.4)을 시작으로 10월(110.2), 11월(107.8) 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비교적 큰 폭 웃돌았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 등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4.5∼5.0%로 올해보다 1%포인트 가량 높게 제시했다.
여기에 삼성·LG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의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시장 개척 의지를 피력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애널리스트 데이’를 통해 오는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군을 20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힘 싣겠다=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아직 경기 회복이 견조해지고 있다고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9일 말했다.
경제 수장인 한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산업계와 경기 인식이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상의가 이번에 조사한 ‘국내 주요 기업의 2006년도 투자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절반 이상인 54.6%가 밝힌 ‘경기 침체의 장기화’였다.
손영기 상의 경제조사팀장은 “어렵게 살아난 기업의 투자 심리를 본격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내년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기업 투자 환경 개선에 두고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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