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물 밑 접촉에만 그쳤던 대만 LCD 패널업계의 재편 작업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최근 잇따라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에서 AUO·CMO 등 1·2위업체와는 달리 수익 체질 개선이 늦어지는 CPT·한스타·콴타 등 대만 후발업체들이 합병을 신중히 검토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합병을 촉구하는 등 업계 재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대만업계의 재편이 성사될 경우 공급 과잉 현상에 직면한 세계 패널 시장에 적지 않은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편론 구체화=“합병 문제는 노코멘트다”, “아직 서로 조율하고 있다” 3위업체인 CPT의 임진홍 사장은 최근 결산 설명회에서 다른 업체와의 합병 관련 질문에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5위업체인 콴타와의 합병 논의가 진행 중임을 인정했다.
임 사장은 앞서 지난 9월에도 대만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M&A 추진을 밝혀 콴타 측이 부인 공시를 내는 등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대만은 대형 LCD 패널의 나라·지역별 점유율에서 한국과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대부분 물량을 5대 업체들이 생산하면서 자국내 기업간에 심각한 과당 경쟁을 불러왔다.
첸수이볜 정권에서는 지난 10월 각료 회의에서 “패널 산업의 재편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부 차원의 개입까지 시사했다.
<>2강 3약 체제 뚜렷=7∼9월 결산 내용에서 대만 패널 산업계의 재편 필요성이 숫자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1위 AUO와 2위 CMO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익 모두 증가했다. 지난 해 여름 정점기에서부터 패널 가격이 약 40% 하락했지만 출하량 증가와 공장 가동률 개선 등으로 충격을 흡수했다.
AUO 측은 “우리는 PC에서 TV용에 이르기까지 제품 구성에 균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CMO도 매출의 39%를 차지하는 TV용 패널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제 5세대’ 이후 대형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첨단 공장을 준공해 적절한 시기에 양산에 착수한 것도 한몫했다.
반면 3위 이하 업체들은 지속적인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CPT는 출하량은 늘었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LCD 모니터용 매출이 77%로 높다. 4위의 한스타는 재고가 줄어 드는 등 재무 개선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판매량 증가가 아니라 의식적인 감산의 결과다.
<>전망=업계 재편에 대해 AUO는 ‘각 사의 설비 투자액이 늘어나 합병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CMO도 “시장에 맡겨 두겠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관심은 역시 3위 이하 업체들의 움직임에 쏠린다. 한스타는 지난 8월 카시오계산기와 중소형 패널 부문에서 제휴, 독자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정밀 기술을 제공받아 기존 ‘제 3세대’ 공장에서 카시오에게 패널을 공급하는 ‘크리스탈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제휴 내지는 합병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인 CPT와 콴타다. 두 회사는 지난 여름이후 제 6세대 라인을 가동시켰지만 정작 TV용 수주에 실패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 상호 합병 논의를 검토중이다.
전문가들도 “내년도 패널 공급량 규모가 20%정도 축소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후발업체들의 생존을 건 전략에 시간적 여유는 없다”며 재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만 5세대LCD 패널업체 7~9월 최종 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