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통신정책 실타래를 푸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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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는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 발동 때문에 제법 시끄러웠다. 강정구 교수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국민정서와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없는 한 구속수사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인권이 최고의 가치라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통신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았다. 규제기구의 일원화, 별정사업자의 PCS 재판매, 인터넷 실명제 등이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CID 및 SMS요금과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자율과 규제,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논쟁들의 향방을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차제에 통신정책 가치관을 정립하면 어떨까. 우선 방법부터 논해 보자.

 첫째, 지혜를 모아 예측 가능한 정책개발의 틀을 만들자. 집행의 신중함은 필요하되 정책 자체의 모호함은 존중할 만한 가치가 아니다. 기술융합이 가속화할수록 자율시장 원리와 공정경쟁 규범을 담은 정책 청사진을 미리 밝히자. 그래야 산업계의 초조함, 소비자의 혼돈, 투자기관의 불안감이 해소된다.

 둘째,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자. 잘못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공개적으로 충분히 논의된 후 예견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 행정지도와 정책집행의 정의도 명확히 하자.

 셋째, 육성과 규제를 분리하자. 진보와 보수가 공존해야 건강한 사회가 되듯이 논리의 대립은 좋은 정책을 낳는다. ‘규제를 겸한 육성’보다는 통신위원회의 확대 개편과 독립을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통신방송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중복규제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어야겠다. 그것이 참여정부의 공약 아니었던가.

 넷째, 문제를 단순화하자. 시장경제와 규제논리가, 지배사업자와 후발업체가, 산업계와 소비자가, 통신재벌과 언론노조가, 정부 주도 기술표준과 통상압력이, 서비스업계와 장비업계가, 성장논리와 요금정책이, 오늘의 투자와 내일의 먹을거리 등 다양한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실타래를 열심히 풀려는 노력보다는 원칙의 우선순위에 따라 과감하게 꼬인 실을 칼로 자르고 다시 잇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함께 원칙을 논하자. 전문가들이 조심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언론이 냉엄하지 못하고 기업이 눈치만 보면 정부 당국에는 결과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민단체들이 목청을 높여도 좋다. 이미 우리는 개방시대를 살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하는 지혜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원칙은 무엇이어야 하나. 굳이 말하라면 난 원칙의 우선순위를 정보인권>소비자 보호>양극화 해소>산업 육성>정보화 순으로 꼽는다. 이 중 정보인권은 사생활 보호>정보보안>역기능 방지>정보격차 해소로, 소비자보호는 소비자 편익>품질보증>요금인하>보편적 서비스로, 양극화 해소는 고용 창출>지방 균형발전>중소기업 우대>유효경쟁으로, 산업 육성은 연구개발>벤처 지원>수출 증대>내수시장 활성화로, 정보화는 콘텐츠 확충>전통산업 정보화>전자정부 구현>망 고도화 순서로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하자.

 이런 20가지 원칙의 우선순위에 따르면 그 어떠한 디지털 경제논리도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다는 가치 기준이 성립된다. 법무장관이 검찰의 독립성보다는 인권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주헌(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ohnhlee@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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