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룡
3일 삼성전자 ‘애널리스트 데이’가 열린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과 기자단이 있는 마로니에룸에서는 자주 폭소가 터졌다. 사업부문별 총괄 사장들의 돌발 발언 때문이다. 압권은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
그는 “저는 프레젠테이션 전문가가 아닙니다. 말을 잘 못하지만 휴대폰 시장의 미래에 대한 내용에 중점을 두고 들어주십시오”라고 시작해 애널리스트의 긴장을 풀었다.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피곤하면 입술이 잘 부르틉니다. 어떤 사람은 입 속이 터져서 고생하는데 저는 바깥쪽이 자주 터져 다행입니다. 남들이 보면 ‘저 사람 일 열심히 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프레젠테이션 도중 MP3폰 화면이 나오면서 행사장에서는 난데없는 댄스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방송사고가 아닌가 어리둥절하던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에게 이 사장은 엄숙하게 “여러분은 국내 최고 가수 이효리의 노래를 세계 최고 휴대폰을 통해 듣고 계십니다. 삼성 애니콜랜드에서 직접 다운로드한 것입니다”라고 결정타를 날렸다.
이 사장은 멈추지 않았다. 신제품 ‘I-300’을 들고 조그셔틀 사용방법을 설명하던 중 벨소리가 울렸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때 맞춰 전화가 잘왔다. 벨소리, 성능이 아주 좋다”고 맞받아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 다음이 고민이었다. 죠그셔틀 방식의 최신제품은 전원을 끄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라 생소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끄려던 이 사장은 잠깐을 망설이더니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화를 껐다. 배터리를 빼는 방법으로.
기자 회견장에서도 이 사장은 여전했다. ‘올해 휴대폰 1억대를 수출했으니, 내년에는 적어도 1억2000만대를 팔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1억2000만대는 너무 많다. 그럼 20% 성장인데 15%만 성장하는 것으로 하자”는 발언으로 질문을 봉쇄했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1000만화소폰이었다. 퇴장하는 이 사장에게 ‘1000만화소폰이 언제 나오냐’고 묻자, 거침없이 대답이 나왔다. “800만화소 나오고 난 다음”이라고. 삼성 휴대폰 신화 창조의 주역답게 이 사장은 능수능란했고, 자신만만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