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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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전 J. 네피어 지음/임경희·김진용 옮김/도서출판 루비박스 펴냄

 일본 애니메이션을 일컫는 ‘아니메(anime)’의 인기는 지난 90년대 중반에 전세계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관련 저서가 쏟아져 나왔지만 일부 애니메이션 작가에게만 초점을 맞춰 이들의 작품 몇 개를 소개하는 데 그친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철완(鐵腕) 아톰’ ‘반딧불의 묘’ ‘아키라’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TV 시리즈물에서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및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아니메 대표작을 총망라하고 있는 데다 아니메를 역사학·철학·미학·심리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했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구별된다.

 저자는 아니메 작품들을 △영혼과 기계:테크놀로지화한 신체 △현실에서 벗어난 존재의 매력 △희생자의 역사 △판타지·여성·진보의 신화 △종말론적 정체성 △애가 △카니발과 봉인의 미학 등 10가지로 분류해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목욕탕에서 일하는 것이 일본인의 입욕 중시 사상의 반영이라고 본다. 스콧 클라크가 ‘목욕탕으로 본 일본’에서 지적했듯이 일본인에게 입욕은 단순히 신체를 씻는 행위를 넘어 생명의 재생 행위며 종교적 의식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전쟁으로 인한 두 남매의 죽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반딧불의 묘’와 가상의 3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아키라’ 등은 종말론적 의식을 보여준다고 여겼다.

 저자는 기술 과잉과 종말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다룬 아니메들이 ‘터미네이터’나 ‘로보캅’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본 아니메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사실적으로 그려진 폭력과 죽음, 기술 과잉에 대한 공포 등이 강하게 그려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저자 수전 J. 네피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현재 텍사스대 교수로서 일본 문화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모더니티의 전복’ ‘황무지로부터의 탈출:미시마 유코와 오에 겐자부로 소설의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근대 일본문학에서의 환상’ 등이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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