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컴퓨팅업체들이 ‘교육사업’을 중장기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IBM, 한국HP, 한국EMC 등 국내 주요 다국적 컴퓨팅업체는 최근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잇달아 가동하고 솔루션센터를 오픈하는 등 교육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 분기 실적에 쫓겨 ‘한 치’ 앞의 전략을 짜기 힘든 다국적업체 한국지사들로서는 교육사업이 R&D센터 운영과 함께 몇년 앞을 내다보는 몇 안 되는 중장기사업 중 하나다.
◇대학을 잡아라=한국IBM은 작년 대비 200% 이상의 메인프레임 교육사업 재정을 확보했다. 이 중 적지 않은 자금을 대학 교육과정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0여년 간 유닉스 열풍과 5년 간의 리눅스 바람으로 메인프레임 엔지니어 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 당장 투자를 회수할 수는 없지만, 대학에서 길러진 메인프레임 인력은 장기적으로 메인프레임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한국IBM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 4월 40억원 규모의 교육용 서버와 6종류의 소프트웨어를 교육부에 무상 기증했다. 향후 300개 실업고교의 실습실 구축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HP 역시 올해로 2회째인 ‘HP 글로벌 체험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와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대·건국대 등에 PC와 프린터·서버 등을 기증했다.
◇교육사업 첨병 ‘솔루션센터’=대학이 미래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면 솔루션센터를 통한 교육사업은 지금 당장 필요한 핵심인력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EMC는 2002년 240억원을 투자, 솔루션센터를 오픈하고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올해의 교육 투자 비용은 작년 대비 10배 가량 증가, 교육사업 매출도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실시한 EMC 기술자격증 제도도 확대, EMC 기술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내년에는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한국후지쯔 역시 지난 9월 개설한 플랫폼 솔루션센터와 연계한 실무 교육을 크게 늘리고 있다. 매년 500명 이상의 핵심 역량을 가진 IT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IT교육 컨설팅 및 맞춤교육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사장의 주요 실적 중 하나가 제품 자격증을 가진 엔지니어를 얼마나 많이 증가시켰는가 하는 것”이라며 “실무 엔지니어 수는 제품의 인기와 경쟁력을 말해주는 잣대”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현지화 전략이자 정교한 비즈니스=전문가들은 교육사업의 효과를 ‘1거 5득’이라고 말한다. 즉 △미래 수요 발굴 △핵심 엔지니어 양성 △회사 인지도 향상 △제품 친숙도 확대 △교육 사업과 자격증 시험을 통한 매출 증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기복 한국EMC 부사장은 “교육사업은 결국 EMC 고객에 대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IDC 등의 조사 결과도 훈련받은 엔지니어일수록 제품 구축 시간이 단축되고 장애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론 교육사업 역시 수십년에 걸친 다국적 기업만의 노하우와 정교한 전략이 녹아 있다.
권태일 한국썬 교육영업 상무는 “보통 지사 영업부서와 달리 한국썬은 연간 20억∼30억원을 교육부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선 본사가 대학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교육시장 영업과 교육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치밀한 전략 하에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요 경쟁사들이 이러한 교육사업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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