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이노와이어리스-통신 시험장비 지존

 “세계 통신 시험장비와 계측기 업계 ‘지존’을 꿈꾼다.”

 이노와이어리스(대표 정종태 http://www.innowireless.co.kr)는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통신 계측기 시장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내민 지 5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국내와 일본의 무선통신망 성능 측정과 최적화 진단모니터·분석장비 시장에서 10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북미지역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싱귤러와이어리스에 3세대(G) 이동통신(WCDMA·HSDPA)용 시험장비 주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미국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일궈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종태 사장은 “죽마고우인 정진섭 현 부사장과 함께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모아 5000만원으로 출발했던 5년 전에는 세계 시장 진출은 상상도 못했다”며 “초창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드웨어가 포함된 멀티형 제품은 취급조차 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공급했으나 ‘프로그램은 공짜’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다”고 술회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복합된 멀티형 전파 환경 측정 시스템을 판매하고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부터 조금씩 형편이 풀렸다. 그동안 한 건물 안에서 사무실 공간을 조금씩 늘려가다가 2개 층을 사용해왔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이후 자금 사정이 호전돼 최근 분당에 신사옥을 마련, 내달 분당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노와이어리스의 주력 제품은 ‘2G·3G 무선통신망 성능 측정 및 최적화를 위한 진단모니터·분석장비인 ‘OPTis’. 또 유무선망 통합 시험장비와 기지국 전파신호 특성을 분석하는 기지국 시험장비 등도 생산하는 등 무선통신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

 대부분 범용 장비만을 개발하는 국내 통신 시험장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하이엔드 기술력 보유 업체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추가로 계측장비를 개발, 계측기 업체로 본격 진출하는 등 숨가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빠른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기차게 유지해온 ‘기술 개발’ 정신이 깔려 있다. 현재 이노와이어리스 직원은 총 130여명. 이 중 연구원만 100명이 넘는다. 웬 만한 기술연구소보다 많은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투영되는 대목이다.

 정 사장은 “연구원 하나하나가 벤처정신과 실험정신을 갖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 결과”라며 “젊은 연구원들이 스스로 쏟아내는 아이디어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기술 확보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이노와이어리스는 100여명의 연구 인력 가운데 30% 이상이 차세대 제품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연구원 중 3분의 1이 현재 주요 수익 사업과 상관없는 연구에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미래를 위한 준비인 셈이다.

 벤처기업으로는 일종의 모험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동향과 정보를 경쟁 업체보다 미리 파악하고 발빠르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험장비 업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대비책은 필수 항목이다.

 그동안 이 같은 경영방침은 실제 성과로 되돌아왔다. 빠른 기술과 신제품 개발이 곧바로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됐으며, 와이브로 제품을 통해 외산 업체들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계측기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내년에는 계측기를 통한 매출 극대화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은 지난 몇 년간 이노와이어리스의 차분한 준비의 결과물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와 협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 나가면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고 그 영향으로 이전까지 현지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유명 글로벌 기업의 철수로까지 이어졌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일본 성공을 발판으로 더 큰 시장인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미국 현지 법인인 와이어리스로직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와이어리스로직스를 통해 스프린트와 AT&T와이어리스 등에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북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 밖에 현재 추진중인 북미 지역과 유럽의 이동통신사에 대한 영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인 이동통신 시험장비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 사장은 “잘할 수 있는 것, 자신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며 첫발을 내디딘 시험장비에서 더욱 영역을 넓혀가 새로운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며 “국내 이동통신망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만큼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끄는 사람들

 이노와이어리스의 출발은 5명의 의기투합으로 단출하게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이노와이어리스를 설립, 사실상 현재의 이노와이어리스의 기반을 닦은 정종태 사장은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로서 회사 전략을 총지휘하고 있다.

 정 사장은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자통신연구소(ETRI)에 재직하면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이전에 미국 퀄컴사로 건너가 원천기술 전반을 보고 익힌 ‘신사유람단’ 5명 중 한 명이다. CDMA 기술의 상용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 기술뿐 아니라 사업 전반에 실제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꿰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사장과 연세대 동기이자 같은 ETRI 출신인 정진섭 부사장은 창업 멤버 5명 중 연구개발(R&D)을 도맡아 기술 드라이브로 이노와이어리스를 일군 주인공이다. 엔지니어 외길을 걷던 정 부사장이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창업에 동참한 배경에는 20년지기 죽마고우 정 사장과의 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동창으로 대학 시절 내내 붙어다닌 데다 졸업 후엔 ETRI 연구원 생활을 함께했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구소로 복귀하려는 정 부사장을 정 사장이 붙잡았다. 연구소와 학교를 오가며 공부에만 파묻혀 지냈던 정 부사장이지만 5명이 전 직원인 신생 벤처에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재 구입을 위해 청계천 일대를 뒤지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것까지 모두 정 부사장의 몫이었다. 친구 따라 발을 들인 정 부사장의 ‘먼지 나는 고생’이 현재 이노와이어리스를 만드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회사 살림을 도맡아 온 유명근 본부장도 정 사장의 꼬임(?)에 넘어가 이노와이어리스라는 한배에 올라탄 인물. 유명 증권사에 근무하던, 소위 ‘잘나가던 증권맨’이었던 유 본부장은 정 사장의 권유로 이노와이어리스의 관리 및 재무를 총괄하게 됐다. 평소 온화하지만 특유의 포용력으로 벤처기업의 내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회사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처리해온 숨은 공신이다.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허인석 이사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영업까지 두루 담당하며 어렵다던 해외 시장을 개척해낸 일등공신 중 하나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etnews.co.kr

사진; 국내 통신 시험장비 분야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하이엔드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이노와이어리스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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