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北 IT 인프라 통일 전에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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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경험해 얻은 지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 분석과 대응에 있어서 성공이든 실패든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게 된다.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당연히 이 범주에 속한다. 현대사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 국가가 통일된 사례로 독일을 가장 많이 언급하게 된다.

 정치 사회적인 의미로 본다면,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다는 점과 분단 이후 분단국 간에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경제적인 면에서 분단 직후 공산주의 진영에 산업시설이 집중돼 있었다는 점이나, 분단이 지속되면서 자본주의 진영이 경제적인 우위를 견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많이 유사하다. 또 북한은 동독에 비해 체제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더욱 견고했기에 상대체제에 비해 경제적인 낙후도가 훨씬 심각하다. 따라서 기술 경제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통일 이후 독일의 동서 진영이 겪었던 과정을 동일하게 거치지만 더욱 증폭된 형태로 맞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내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파장을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독일이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합하는 형태로 급격히 진행됐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동독 시장을 여과장치 없이 자본주의에 노출시켰고, 그 부담을 모두 국민에게 부과했다.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산업 총생산이 1년 만에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동서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동독에 대대적인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발생했다. 지난 15년간 통일 이후 독일이 사회통합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1조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통일 비용의 조달을 위해서 독일정부는 한시적인 목적세를 신설했지만, 그 기한을 넘긴 지금까지도 이 목적세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이 급격한 통일의 절차를 밟게 된다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엄청난 경제 부담을 국민(대부분 현재의 남한 주민)이 지거나, 아니면 상당히 오랜 기간 불균형의 사회상황을 유지해야만 한다. 어느 하나도 성공적인 통일의 시나리오가 아니기에 시간적으로 급격히 진행되는 통일과 기술 경제적인 격차가 큰 상황에서의 통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남북 간 기술 경제적인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통일이 되기 전에 통일 이후의 사회를 염두에 두고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먼저 북한에 물리적인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한 선결조건들로 북핵문제의 해결,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북한에 대한 전략물자 반입 허용 및 북측의 투자 수용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은 지금부터 전문가들이 참여, 이 부문에 대한 구축 기획 및 기술적인 검토를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각각 그리고 통합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 인프라가 구축됐을 때에 대비해 통일 민족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전문 기술자군이 북한 내부에 통일 이전에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의 원활한 접촉과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북 지역 간 개인별로 10배가 넘는 경제수준의 격차로 인해, 민족은 통일 이후에 구직을 위한 북측 주민의 대이동과 대부분 북측 주민의 하층계급화 등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극심한 사회 혼란의 소용돌이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남북 장관급회담의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민족공동체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치중립적인 기술 경제적인 분야에서 논의와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노력을 모든 주변 상황이 만족됐을 때 시작하면, 대부분의 경우 최고의 방법보다는 최소한의 방법을 찾게 된다. 통일이 민족사의 대세이며 당대에 이루어질 일이라면, 우리는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상산 다산네트웍스 연구본부장·부사장 sslee@dasannet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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