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현금거래 역기능 해법 있나

정부와 업계 및 학계가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문화부와 게임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매월 정례 포럼을 갖고 공동의 대책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가 증가하면서 사이버범죄 등의 역기능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의 노가다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습득한 후 이를 한국에서 파는 이른바 ‘작업장’이 대형화 되면서 아이템 현금거래에 따른 역기능이 심화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활동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게임사 약관에 규정해 놓은 대로 아이템 현금거래 자체를 막는 것이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관련법을 제정해 아이템 현금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법 제정 문제는 정부에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은 기대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해서는 불법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합법화 해야 할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해 쉽게 손댈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결국 아이템 현금거래 또는 이로 인한 역기능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없는 것인가.

정부와 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최근 개최한 간담회를 통해 얻은 성과는 한마디로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해 구체적인 상황 파악과 위기 의식에 공감 했다는 정도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단순히 ‘아이템 현금거래가 문제다’라는 인식만 하고 있었으나 최근 벌어진 중국인 작업장 문제를 계기로 문제의 핵심이 대규모 작업장과 머니상 및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현거래 중계 사이트, 중국에서의 우회 접속 등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곳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민·관 공동의 노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현금거래는 못 막지만 불법 사례는 적발 가능

그래서 내놓은 방안이 업계에서 약관을 위반한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행위 및 불건전한 아이템 현금거래를 조장하는 대형 작업장(집단적 거래행위) 등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고, 불건전 아이템 거래행위자에 대한 계정 폐쇄 등의 자율규제활동을 적극 실시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밖에 범정부차원에서 해외로부터의 불법해킹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터넷 보안대책 등 기술적 보호조치가 시급하며, 이를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요구된다는 내용 등은 대책이라기 보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도의 내용이다.

민·관 공동으로 ‘불건전 아이템 현금거래 예방캠페인’을 전개하고, 교육·상담 및 홍보활동을 실시하는 동시에 게임관련 소비자피해보상규정 마련 등 건전한 이용자들의 권익보호활동 등의 노력을 병행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지금까지 나온 방안은 업계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이 전부인 셈이다. 아직은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온 대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방침도 아이템 현금거래를 원천 봉쇄하기 보다는 현행법을 최대한 활용해 역기능을 최소화 해보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들어 일각에서는 아예 아이템 현금거래를 합법화 하자는 양성화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학계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관련법에 손을 대기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해서는 딱히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역기능의 폐해가 심각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이번 간담회 및 정례포럼을 통해 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은 아이템현금거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경찰청 및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포럼 활동을 통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아이템을 수집하고 거래하는 규모가 커지고, 중국인 작업장처럼 기업화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해킹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불법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이미 경찰청에서 다량의 정보와 데이터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행법으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부는 또 아이템 현금거래 자체와 관련해서는 법적 제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관계로 현금거래를 금지한 게임사들의 약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부가 게임사들의 자율적인 현금거래 근절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업계 자정 노력은 한계가 뚜렷

업계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법적 근거 취약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가는 정보통신 기술 등으로 보고 있다. 최근들어 아이템 현금거래를 합법화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 단순히 온라인게임 내의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권리만을 생각해 나온 발상으로 현금거래가 유발하는 다양한 역기능은 전혀 고려치 않는 시각에서 나온 견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 및 작업장과 현거래 중계 사이트 등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 과제이며, 정부차원에서 외국에서의 IP 우회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이템 현금거래를 바라보는 온라인게임사의 시각이 이중적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실 아이템 현금거래는 수많은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해 기업은 물론 게임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 내린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게임사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업체에 따라서는 겉으로는 아이템 현금거래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자사의 게임 아이템이 현금거래 시장에 오르기를 바라거나 심지어 이를 부추기는 사례도 없지 않다.

사실 아이템 현금거래는 업체 차원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실례로 중국인 작업장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현금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장에서 주로 이용하는 자동사냥 캐릭터를 적발해 제재를 가해오고 있다.

이 업체는 서버당 하루 평균 30∼40개의 캐릭터를 적발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곧바로 또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뿌리를 뽑기 힘든 상황이다. 이 업체는 또 최근 열린 간담회 직후 자동사냥 캐릭터를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유저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느정도의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할애해 중점적으로 감시하며 막아보려고는 하지만 작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상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결국 문화부가 추진하고 나선 아이템 현금거래 역기능 해소를 위한 방안은 관련법 제정이 당장은 곤란한 상황임을 감한한 차선책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응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보자고 나선 문화부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이번 움직임이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해도 그동안 이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각계 각층이 의견을 같이하고 협력키로 한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들이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관계만 구축된다고 해도 조만간 다양한 해법과 발전방한이 나올 전망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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