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등급심의 주체 어떻게 되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심의 활동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 나온 것을 계기로 게임물의 등급심의 기관을 어디로 할 것인가가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어렵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게임등급심의를 자율로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번에 게임산업협회에서 온라인게임 패치의 1차 심의를 맡게 된다면 영등위가 해 왔던 업무의 일부를 업체 스스로 분담하게 된다는 차원에서 자율심의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완전 자율심의까지 가기에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와는 달리 문화부나 국회에서는 게임 등급심의를 영등위가 아닌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3개 게임관련 법안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들 3개 법안은 통폐합 과정을 거쳐 단일법안으로 이번 회기에 통과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계류중인 법안은 정부(문화부)안과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과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에 의해 발의된 의원입법안 등 모두 3개다.

문화부안에는 심의기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짓고 있지 않지만 정청래, 박형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모두 게임심의를 현행 영등위에서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대해 영등위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게임물등급제도개선 연대 등은 기존 영등위에서 심의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지만, 등급심의의‘탈 영등위’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등급심의 기관 문제는 게임산업진흥법(가칭) 제정안의 조정 과정에서 어떻게 결론날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회 법사위 소위를 중심으로 3개법안의 통합을 위한 조정작업이 진행중인데, 이번 회기내 통과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등급심의와 관련된 3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장관이 등급기관 지정-문화부안

문화부안에선 게임물 등급분류기관을 문화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다만 게임대회나 전시회 참가 게임물, 교육용 게임물 등에 대해서는 등급 분류 의무를 면제토록 했다. 등급 구분은 전체 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로 나눠지며 사행성이 강한 게임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도록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유지되고 있는 등급 보류제도에 대해서는 폐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등급심의 주무부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등급분류기관지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게임물의 심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지정한다고만 명시했다.

◇ 자율 등급제 실시-정청래의원안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심의 관련 내용은 문화부와 다소 비슷하다. 등급구분을 전체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 불가(18세)로 나누고 있는 점과 등급 분류 기관을 문화부 장관이 지정토록한 점, 등급보류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 등에서 문화부 법안과 유사하다.

한가지 특징은 사행성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점과 자율 등급제 요소를 강화하고 등급 분류기관의 지정 등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또 국무총리 산하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게임진흥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게임관련 정책에 대한 심의·의결과 부처간 조정 역할을 담당한다.

◇ 게임산업진흥위가 등급심의-박형준의원안

박형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문화부안 및 정청래의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등급 구분을 전체 이용가와 18세 이용가 등 2개로 간소화한 점은 같지만, 등급 심의 주체를 ‘게임산업진흥위원회’를 설치, 위원회 내에서 전담토록 규정한 점이 특징이다. 사무국도 영등위 처럼 별도로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등급 보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행성이 강한 게임은 이용 자체가 불가하도록 규정했다.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순· 이하 영등위)는 게임등급 심의와 관련해 민간기구로 심의를 이관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영등위에서 지속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공간지원 등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 현재 계류중인 법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영등위는 심의 지연이나 위원들의 문제들로 인해 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것은 인정하지만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민간 자율로 맡길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영등위는 최근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 진흥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되기 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 영등위에 게임심의와 관련한 노하우가 쌓인 만큼 민간기구로 이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들을 줄이는 등 영등위에서 게임심의를 계속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성의 시간을 갖는 등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발생했던 여러가지 문제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심의 업무를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영등위에는 노하우로 쌓여 있는데 이를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조직을 세워 다시금 옛날로 돌아가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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