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협회(회장 김영만)가 온라인게임 등급심의 업무에 참여, 패치 부분에 대한 1차 심의를 담당하게 된다.
문화관광부와 게임산업협회 및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업무 협력 방안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 이르면 내달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가 마무리 되면 앞으로 온라인게임의 패치 부분에 대한 심의는 협회가 자체적으로 1차 필터링을 하고, 등급 분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영등위에서 심의를 하게 된다.
이같은 방안은 영등위의 심의 대상인 온라인게임의 패치가 워낙 많이 이루어짐에 따라 영등위가 미처 소화해내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를 영등위의 업무 태만이라는 지적까지 일면서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같은 내용이 확정이 되면 게임업계가 협회차원에서 온라인게임의 패치부분에 한정해 자율심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문화부가 게임과 관련한 등급심의 업무를 민간자율로 이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는데다 이미 이와 관련한 법안이 3건이나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이번 게임산업협회의 등급심의 참여는 게임업계와 영등위간의 첫 협력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임업계와 영등위는 그동안 게임과 관련한 등급심의 내용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영등위의 심의 결과를 놓고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양자간의 불신의 벽은 높아질대로 높아져 왔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게임업계와 영등위가 시급한 과제를 놓고는 얼마든지 협력관계로 돌아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협력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패치의 양적 팽창이 배경
게임업계의 자율심의를 둘러싼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돼온 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이는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인데다 업계에 자율심의 역량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총리실에서 조정결정이 있은 뒤 문화부에서는 자율심의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왔고, 또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의 내용에도 포함돼 있어 입법이 성사되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게임산업협회의 등급심의 참여와 관련한 협의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날이 갈 수록 불어만 가는 온라인게임의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각 게임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패치는 영등위가 미쳐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돼버린 때문이다.
이에 패치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영등위로서는 업무 태만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고, 게임업체들은 본의 아니게 불법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범죄자가 돼버리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수도 없이 이루어지는 온라인게임의 패치가 결국 영등위는 물론이고 업계에도 심의 공백 및 행정상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골치 아픈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연스레 영등위와 업계 간의 협업시스템을 논의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영등위의 운영규정에 있는 패치심의 신고제도의 권한을 협회에 위임해 게임사가 패치를 단행할 경우 협회에 신고토록 하고, 협회가 그 내용을 걸러 영등위에서 반드시 심의해야 할 부분이 있거나 연령제한에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영등위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협력방안은 양자 모두에게 필요한 윈윈 모델인 셈이다.
이와관련 게임산업협회의 최승훈 실장은 “현행 음·비·게법 하에서 게임 심의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자는 논의가 핵심”이라고 전제한 뒤 “현실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부터 협의해 나가자는 취지로 패치에 대한 심의가 화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율심사 위한 실무 경험 효과 기대
이같은 게임산업협회와 영등위간의 업무 협력은 우선 영등위의 과다한 업무를 대폭 줄여줄 수 있게 됨으로써 모든 온라인게임 패치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영등위로서도 마다할 것이 없는 거래다.
또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심의를 계속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더이상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예측가능한 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동시에 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협회 입장에서는 당장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민간자율 심의 시대에 대비한 실무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다.
지금이야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문화부 및 영등위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새로운 법이 제정될 경우를 가정하면 심의 과정이나 방향과 관련해 업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심의 프로세스 가운데 일부라도 업계가 받아 자율적으로 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협회는 지난 9월에 자율심의에 대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김화선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각 기업의 심의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이 TFT를 통해서는 이번에 추진중인 패치 심의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관련법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분석과 향후의 심의제도 개선방향 등과 관련해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최종 합의 초읽기 돌입
게임산업협회가 온라인게임 패치 부분에 대한 1차 심사를 담당한다는 데 대해서는 협회와 문화부는 물론 영등위도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는 합의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협회와 영등위가 최종 합의 절차만 진행하면 협회 차원의 첫 민간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화부와 협회는 주중에라도 양쪽의 책임자급이 만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문화부 게임산업과의 김정훈사무관은 “아직은 영등위의 경우 공식 입장이 나와 있지 않고, 협회도 회원사들과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국정감사가 끝나고 세부 절차를 진행하자고 얘기된 상황이라 금주중에라도 양측의 책임자급이 회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도 “실무자 선에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접촉, 원칙적인 합의는 도출한 상태”라며 “패치에 대한 심의 문제는 계속 공백상태로 둘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 11월중에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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