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 통합규제기관 차기정권에?

 방송·통신 통합규제기관 설립 논의를 주도해온 방송위원회가 전담 조직으로 지난 7월 신설했던 ‘방송·통신구조개편단’을 내달 1일자로 축소 조정한다. 단장을 포함한 일부 상근 파견직을 원래 소속으로 복귀시키면서, 그동안 서둘러온 방송·통신 통합규제기관 설립 논의를 접고 사실상 ‘장기전’에 들어갈 조짐인 것이다.

 방송위와 줄다리기를 해왔던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통합규제기관 논의에 맞대응하기 위해 만든 ‘통신·방송융합전략기획단’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나, 내달 방송위의 조직 개편 방향에 따라 일부 조정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국장급 인사를 단행했지만, 현재 단장 보직을 공석으로 놔둔 채 내부 인력 배치와 방송위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지난주 진대제 장관의 “내년 5월까지 통합규제기관 설립이 어렵다”는 공식 발언에 이어 현 정부 들어 통신·방송 통합규제기관 논의를 끌어온 방송위·정통부 양대 주체 모두 사실상 차기 정권에 공을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본지 10월11일자 1면 참조

 ◇조직 개편과 배경=방송위는 지난 7월 전담 조직으로 신설한 방·통구조개편단을 내달 1일자로 축소·조정한다. 단장을 포함, 3∼4명의 파견직 상근 직원을 전임 매체국·정책실 등으로 원대 복귀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방·통 융합 서비스 관련 제도 개선이나 입법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해당 부서에서 직접 챙기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당초 이달 말까지 방·통구조개편위 설립을 전제로 만들어진 조직이어서 현재 지연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더는 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오히려 해당 업무 파트에서 사안별로 대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달 예정된 방송위 조직 개편의 경우 일부 주요 보직의 자리 이동도 예상된다. 방송위의 이번 결정에는 그간 신속한 통합규제기관 설립을 주장해 왔지만 청와대·총리실·정통부 등 주변 환경에 막혀 사실상 좌초됐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정통부는 방송위 전담 조직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되, 현재 전담 조직인 통·방기획단은 당분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방송위가 만약 해체라도 한다면 우리도 필요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아직은 (이후 구도를) 예상하기 힘들어 그대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지난주 국장급 인사후 단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다.

 ◇변수와 전망=정통부와 방송위는 내부적으로 통신·방송 통합규제기관 설립이 사실상 현 정권 내에서는 힘들다는 판단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청와대나 총리실이 통·방융합 규제기관 설립을 주요 정책 1순위로 두는 시각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시기적으로 때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국회의 움직임이다. 유승희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주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미디어사업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그동안 지지부진해온 행보를 국회 차원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전례나 의원들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법안심사소위 통과도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통·방 통합규제기관 논의와는 별개로 최근 위성DMB 재전송 문제를 들고 나선 공정위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현안은 계속 잠복해 있다는 게 정통부의 판단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합규제기관 설립 논의와 전담 조직 신설은 통·방 규제 업무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규제기관 설립 문제는 지연되더라도 산적한 이슈에는 지속적으로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성호철기자@전자신문, hseo·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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