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자발적으로 클린 사이버 세상 만들기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에 무분별한 막글이 게재되고 사이버 명예훼손 사례가 빈발할 경우 인터넷 역기능을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방침을 밝히는 등 인터넷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각종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사용주체인 네티즌이 올바른 사이버 세상 만들기에 나선 것은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해당자가 타율이 아닌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하겠다. 이미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이 운영하고 있는 ‘권리침해센터’에 네티즌이 자율적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거나 저급한 내용의 기사나 게시물, 댓글 등을 신고해 이를 줄여 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 커뮤니티 운영자들도 회원을 상대로 규정을 만들어 무분별한 욕설과 상대를 비방하는 글의 게재를 막고 있다.
회원 수가 200만명에 달하는 다음카페 운영자의 모임인 ‘카리모’는 스팸 메일 사용자나 유해한 카페, 정보를 찾아 이를 처리하는 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되는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공지하거나 약관 등을 회원에게 전달해 카페 회원들이 문제성 글을 게재하지 않도록 알리고 있다. 또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이른바 ‘드라군 놀이’를 추방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네이트닷컴에서는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댓글 문화를 정화시키고 있다. ‘추천 또는 반대’ 단추를 네티즌이 클릭하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 5개가 우선적으로 게재되는 반면 네티즌이 반대하는 나쁜 댓글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에서는 지난 8월부터 ‘덧글 숨기기’ 기능과 사이버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 신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네티즌의 적극적인 참여로 나쁜 댓글이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네티즌 스스로 문제 댓글을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하루평균 삭제 댓글이 7000∼8000건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네티즌이 사이버 자율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작용이 근절되기 어렵다. 더 엄격한 자율규제가 필요하다. 반 인륜적이고 범죄유발 사이트는 아예 폐지하고 다시는 사이버 공간에 등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윤리교육은 지금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잘아는 것처럼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터넷의 편리함과 익명성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범죄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 지는 추세다. 성매매, 폭력, 자살사이트, 청부살인까지 등장한 바 있다.
이런 것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의 역기능은 갈수록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 것이다. 정부가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인터넷 이용자인 우리가 클린 사이버 세상의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인터넷 예절과 인터넷 문화정착에 앞장서고 학교에서는 사이버 윤리교육을 강화해 인터넷이 우리 삶의 밝은 동반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건전한 사이버 세상 가꾸기에 적극성을 보일 때 클린 사이버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네티즌의 활동이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일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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