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감독권 주도권 경쟁 격화

인터넷 감독권을 둘러싼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다른 국가간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AP에 따르면 오는 11월 튀니지에서 개최되는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준비회담에서 유럽과 미국은 인터넷 감독권에 관한 합의점 도출에 실패, 상호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

미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서 인터넷 감독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인데 반해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감독권을 UN산하기구로 넘겨야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의견 차이로 정보사회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인터넷 감독권 문제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미국과 EU·개발도상국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준비 회담 결렬=최근 준비회담 참석차 제네바를 방문한 미국 국제통신부문 조정관 데이비드 그로스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에서 제안한 ‘새로운 협력 모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EU는 현재의 인터넷 주소체제, 디렉토리 감독권, 도메인 감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며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로스 대사는 “인터넷 감독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 체제 고수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개발도상국들과 유럽연합(EU) 측은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인터넷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 처럼 미국이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전세계 인터넷망을 감시하는 등 악용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급진적인 국가들은 경제 비즈니스,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유용한 주소체제를 미국이나 일부 유럽국가들이 ‘탐욕스럽게’ 선점해 버린 사례를 내세워 관리의 공정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도메인명 및 루트서버 관리 권한을 UN산하의 범국가적인 조직에 넘기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주장도 만만찮다. 미국이 인터넷 개발을 주도해왔고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만큼 인터넷 감독권을 미국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전망=이번 헤게모니 싸움은 이른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 더구나 전세계 인터넷 정책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미국이 곱게 넘길리 없다. 지난 1998년 미 상부부는 ICANN을 선정해 인터넷 마스터 디렉토리의 감독권을 부여했다. ICANN은 국제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사설 조직에 불과하지만 도메인명 승인과 거부권 등 인터넷 정책의 거의 모든 것을 관장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별도의 관리기구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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