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talk]영화 `배틀로얄`과 `동막골`

모바일 게임 CEO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모든 사물의 가격을 2000원 단위로 나누어 판단하는 것이다.

가령 마케팅 비용으로 2000만원이 필요하다면 “본전을 뽑으려면 만건 이상은 받아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습관이다. 행여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올라치면 “직원 한 명 당 몇 개씩의 게임이 팔려야 월급을 줄 수 있을까”를 뇌까릴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나오는 줄거리나 장면 설정을 모바일 게임 또는 시장과 비교하거나 유추해 보는 버릇이다. 몇 년전 ‘배틀로얄’이라는 화제작이 있었다. 일본의 명감독 후카사쿠 킨지의 유작으로 일본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에서 ‘배틀로얄’이라는 학원 안정법이 발효되고, 문제 학급을 뽑아 동료 학우를 서로 죽이게 해 단 한 명만 살려 보낸다’는 설정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배틀로얄’의 최고 압권 중 하나는 “우리 서로 힘을 합쳐 말도 안되는 이 살인 시스템을 벗어나자”고 외치는 여학생을 향해 같은 반 친구가 “싫어 나혼자 살래”라며 뒤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다. 치열한 현대 경쟁 사회의 단면을 잔인하게 풍자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볼 때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서로 살겠다며 모질게 경쟁하는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기도 했다. 다행(?)히 ‘배틀로얄’은 너무나 과도한 폭력성과 비이성적인 설정으로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영화와 정 반대되는 설정으로 2005년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는 국산 영화가 있다. 최근 관객 동원 700만을 돌파한 ‘웰컴투 동막골’이 그 주인공이다. 많은 이들이 아다시피 이 영화는 서로 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인민군과 국군, 연합군이 지도에도 없는 강원도 후미진 동막골에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된다는 내용으로 그 설정 자체가 참으로 흥미로웠다.

특히 서로 어색하기만 하던 초반부에 우여 곡절 끝에 멧돼지를 잡아 고기를 나눠 먹고 우정을 쌓는 장면은 더없이 좋았다. 영화를 본 후 우리 모바일 게임 업계도 이들처럼 서로의 이해 관계를 떠나 서로 공존하며 시장의 파이를 더욱 키워나가면 어떨까 하는 소망도 솟았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경쟁 체제라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먹고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나이 많은 인민군 임하룡이 동막골 촌장에게 마을 사람들을 갈등없이 이끌어가 가는 비결을 묻자, 나이 많은 촌장은 “마이 메기면 돼(많이 먹이면 된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많은 모바일게임 종사자들이 이 우문현답을 참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배틀로얄’의 장면처럼 이 말을 듣고 “난 싫어”하며 뒤에서 총을 쏘는 세태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기사 어떤 사람은 ‘웰컴투 동막골’을 보고 우리의 맹방 미군을 적으로 설정해 ‘웰컴투 김일성 왕국’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니 씁쓸하기도 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배틀로얄’처럼 여길지, 아니면 ‘웰컴투 동막골’처럼 생각할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과연 어떤 설정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를 위해 더 필요한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설정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다.

<엔텔리젼트 권준모 대표이사 jmk@entellig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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