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에게 듣는다]마쓰시마 가쓰모리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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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클러스터는 공장만으로 안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충분한 도시 기능과 교육·문화 인프라부터 갖춰야 합니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개최한 혁신클러스터 국제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는가(how to make cluster) ?’란 질문에 대해 마쓰시마 가쓰모리(松島克守) 도쿄대 교수가 내놓은 해법이다. 그는 또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스스로 산업클러스터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세워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마쓰시마 교수는 세계적인 공학 비즈니스 모델 권위자로 일본 내각부가 추진하는 ‘행동하라!일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미래학자이자 산업클러스터 전문가인 그에게 한국의 혁신클러스터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한국이 추진하는 클러스터 사업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클러스터가 산업발전에 정말 효율적인가.

▲한국은 클러스터가 꼭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조선·철강·자동차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반도체까지 포함하면 세계가 경악할 만하다. 그러나 이 산업들의 경우 중국이 반드시 뒤따라올 것이다. 한국 경제는 또 수도권 주변에만 집중돼 있다. 고속도로·철도·인터넷이 잘 구축돼 있는데도 서울 외 지역은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산업집적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클러스터화를 통해 각 지역에 산업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한 지역에 모여야 시너지가 일어난다. 정보와 지식 그 자체가 집착성(stickiness)의 특성이 있다. 클러스터 외 전략도 있겠으나 한국은 클러스터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본과 유럽, 미국에서 이미 성공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클러스터 성공 사례를 말해 달라.

▲미국 피츠버그 지역은 철강지역이었는데 일본 철강산업에 져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로제스타 지역도 제록스·코닥을 중심으로 번영한 지역이었다. 근데 제록스는 일본의 니콘·캐논의 복사기 부분에 졌고, 코닥은 디지털 시장에 빨리 편입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 광·옵티컬 지식으로 새로운 클러스터를 형성, 부흥을 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교토와 하마마쓰지역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곳은 도쿄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글로벌화를 일궈냈다. 산업 교체, 지역 발전에 대한 해답이 바로 클러스터다.

-한국은 기존의 공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 전략이 맞다고 보나.

▲일본도 공업단지를 클러스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의 공업단지는 성공한 사례도 있으나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을 빚었다. 공업단지를 클러스터화 시킬 수도 있지만, 공업단지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인프라를 갖다 붙여야 한다. 클러스터는 빌딩·공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인프라와 도시 기능이다. 여기에 기술이 붙여졌을때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경주 같은 곳이 훌륭한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

-클러스터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문화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 일본에서는 자녀 교육환경을 염두에 두고 집과 직장을 결정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풍부한 지역 문화와 제대로 된 도시 기능 없이는 인재가 모일 수 없다. 여기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설비와 충분한 수요 시장, 그리고 경쟁과 협업 관계, 교통 및 물류 인프라 등도 필요하다. 이런 환경을 가장 잘 갖춘 곳이 일본 도요타시다. 도요타와 그 핵심 부품기업들 대부분이 불과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효율적인 클러스터 추진 전략은.

▲중앙정부가 수립한 종합 설계도에 따라 산업을 육성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지자체 스스로 산업클러스터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일본에서도 위로부터의 계획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버텀 업(bottom-up)계획에 초점을 맞춰 지역의 능력과 수요를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클러스터 주체는 중앙 정부가 아닌 해당 지자체다. 따라서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성한 지역과 지역이 서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클러스터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을 묶는 글로벌 클러스터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할 수 있으나 이 역시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해당 지역 대 지역간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두 나라의 경쟁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도 있겠지만 심각하고 치열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태평양이 있는데 어선이 딱 두 척밖에 없다. 그곳에서 쟁탈전을 벌인다는 것은 이상하다. 한국과 일본은 경쟁과 협조 관계다. 한국과 일본은 보완 관계의 사업이 많아 이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쿄 록본기에 위치한 삼성건물이 일본 IBM보다 더 크다. 일본에는 현재 한식집이 정통 일식집보다 더 많다. 일본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만 본다. 그러니까 경쟁과 공존, 아주 이상적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더 자주 오셔서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마쓰시마 가쓰모리 교수는

세계적인 공학 비즈니스 모델 권위자로 현재 도쿄대학원에서 엔지니어링과 함께 경영학·미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 전에는 미국의 5개 회계 사무소 중 하나인 PWC에서 일본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았다. 또 15년간 일본IBM의 마케팅도 담당했었다. 일본IBM 재직 시절, 그는 IBM 아시아태평양 스텝으로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일본 자동차 산업 노하우를 현대자동차에 전수하기도 했으며 96년에는 삼성자동차가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해 닛산과 제휴를 추진할 때도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일본 내각부가 추진하는 ‘행동하라!일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또 MIT산업 퍼모먼스 센터, 베를린공과대학 등과 지역클러스터 기술혁신 시스템에 관한 공동연구도 추진중이다. 특히 ‘행동하라!일본’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지식의 구조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일본 경제의 재생을 제언하는 야심 찬 국책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마쓰시마 교수는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혁신에 근거한 신규산업 창출 가능성과 신산업구조 모델을 점검하고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토 하이테크 클러스터

마쓰시마 교수가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클러스터 성공 사례로 꼽은 지역이 교토다. 일본 교토에는 예전부터 직물이나 도자기·양조 등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상품에 혼을 싣는 장인정신과 지역 경제에 기반을 둔 클러스터가 결합해 이른바 교토식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교토에 자리를 잡은 하이테크 기업은 다른 하이테크 기업을 지원한다. 선발 기업이 제품 발주나 자금 대여 등을 통해 후발 기업을 키우는 형태다. 이런 전통적 교토식 산업 클러스터는 오늘날의 ‘교토식 상생 경영’으로 이어졌다.

교토식 클러스터는 기업 간 협력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클러스터에서 대학은 기술혁신과 인력공급 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교토 지역의 대학은 36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교토대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전체 일본인 수상자 7명 중 6명이 교토대 출신으로 ‘관료를 배출하는 도쿄대, 연구자를 배출하는 교토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교토 지역 대학에 소속돼 있는 벤처기업 수는 44개로 오사카 지역의 12개나 나고야 지역의 7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학이 워낙 많이 몰려 있는 도쿄 지역을 제외하고는 교토 지역 대학이 벤처기업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과 대학뿐 아니라 교토시도 클러스터의 중요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교토시는 ‘교토시벤처감정위원회’와 ‘교토기업가학교’를 설립, 클러스터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교토시벤처감정위원회는 교토 클러스터의 핵심 기관이다. 호리바제작소나 교세라, 일본전산 등의 CEO가 창업 희망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 과정을 거쳐 교토시벤처감정위원회가 선발한 벤처기업에는 교토시가 자금을 지원한다.

이처럼 교토식 산업 클러스터는 기업 간 협력, 우수한 대학, 지방정부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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