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 연구 성공 이후 생명 윤리와 과학은 적어도 최근 1∼2년간 대칭점에 놓인 듯 보인다. ‘생명의 탄생은 자연현상에 의해 보존되고 인위적으로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명윤리학자들의 주장과 ‘살아있는 생명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과학자들의 반론이 늘상 부딪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국내 생명윤리 문제의 권위자인 황상익 한국생명윤리학회장과 줄기세포 연구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세필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 간의 대담을 통해 이 영원한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모색해봤다. 황 회장과 박 소장은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부터 날을 세웠다.
◇박세필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생명의 출발점과 관련해 배아의 지위를 흔히 얘기합니다. 배아는 수정 직후부터 생명체일 수도 있고 착상을 완전히 마치는 시기나 태아의 심장이 뛴 후, 혹은 출산 후에야 생명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한때 과학자들이 인간의 배아를 체외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수정해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는 일이 보편화됐습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배아(잔여 배아) 중 보관 기간이 지나 버려지는 냉동배아는 환자의 동의를 얻은 후 난치병 치료 연구에 쓰이고 있습니다.
과학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이 냉동잔여배아와 같이 과학자들도 스스로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으로 인해 생명의 기본, 즉 배아의 지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논리나 생명을 바라보는 기초적인 관점은 변함없는 상태에서 예전보다 여유를 가지고 좀더 자유롭게 생명을 해석하고 예기치 않은 결과물에 대해 전향적으로 이용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황상익 한국생명윤리학회장=배아의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배아 연구로 얻는 이익과 손해를 견주어 현명하게 판단하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환자를 치료한다는 목적이라 해도 인간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누구도 동의하지 못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영아살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배아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이 있다고 봅니다. 배아를 희생시켜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우 배아의 희생은 상관없다는 논리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큰 문제지요.
지난 1월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이후 복제배아 연구도 전면 허용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허용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정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 이 법의 초안을 만들 당시 배아복제는 금지한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정부는 결국 이를 무시하고 배아복제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밀어붙여 법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배아를 비롯한 생명체에 대한 감수성, 존중하는 마음을 점점 더 키워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류는 같은 인간도 차별하고 인간 생명에 대해서 어떤 계층, 어떤 부족에 대해서는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기를 거치면서 문명화되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배아에 대해서도 그 이용 여부에 앞서 배아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주제가 생명공학계의 뜨거운 감자인 ‘복제 배아 연구 허용’ 여부로 옮겨가자 두 대담자의 토론에 미묘한 의견 차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 복제 등 배아 복제 연구의 오남용 가능성을 법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대조를 이뤘다.
◇황 회장=지금으로서는 복제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봅니다. 성체줄기세포, 잔여배아 연구를 충분히 진행한 후에 연구가 한계에 봉착해서 기술적으로 복제배아 연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허용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박 소장=황우석 교수님이 복제 배아를 이용해서 복제 인간을 만들 가능성은 적어도 100년 내에는 전혀 없다는 발언을 하셨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실제로 저도 동물복제를 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또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기술은 두 가지 이유에서 개체 복제가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동물복제 기술이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개체 반복수를 좀 높이면 충분히 인간 복제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생명윤리법을 제정해 이런 개체 복제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엄격히 규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로서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황 회장=법적인 규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배아 복제를 법으로 금지하더라도 결국 과학자들이 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복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박 소장=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렇지 않은 소신있는 과학자가 더 많습니다. 영국에서 27년 전 루이스 조지 브라운이라는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인간 복제가 금방 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아직까지 복제 인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대부분 생명에 대한 윤리를 갖고 있고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복제 연구의 윤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서는 모처럼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됐다.
◇박 소장=국가 차원에서 생명공학 연구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교육과정에 생명윤리 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간 난자를 사용한 연구시 처음부터 윤리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과학자들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사람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이종간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나 이미 분화를 마친 체세포를 재분화하는 연구, 전세계 냉동배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는, 이른바 ‘월드스템셀뱅크(세계줄기세포은행)’ 등이 좋은 대안이라고 봅니다.
배아줄기세포연구는 가능성은 무한한 반면 아직 윤리적인 문제, 세포상의 특성들이 좀더 규명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아줄기세포의 섣부른 임상적용보다는 기초기반기술이 확립된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황 회장=‘가능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합니다. 복제연구자들이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 가능성을 확대해서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은 생명윤리 이전에 과학자의 태도,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기대가 아니라 당장 현실에서 치료기술이 완성될 것처럼 환상을 심어 주는 일부 연구자의 태도는 매우 우려됩니다.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고 결국 과학자 사회에서 스스로 정화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또 언론에서 연구성과를 보도할 때도 연구가 어디까지 왔고 어떤게 가능한지를 잘 짚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정리=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황상익 회장(53)은
현 한국생명윤리학회장 겸 서울대 의대 교수
1982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취득
1987년 9월∼1988년 8월 영국 옥스퍼드대 약리학연구소 방문교수
2000년 11월∼2001년 11월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운영소위원장)
2004년 4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
◆박세필 소장(45)은
현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장
1991년 8월 건국대학교 박사(가축번식학 전공) 취득
1992년 5월∼1994년 10월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생명복제 전공)으로 근무
이 밖에 한국동물번식학회 대중관계위원 겸 이사, 대한불임학회 학술위원 겸 이사, 충북대 겸임교수로 활동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