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 경북지사 전상래 검사원 jsl@kora.or.kr
내가 몸담고 있는 무선관리단은 전파질서 확립을 위해 무선국 검사를 하는 곳이다. 항공기나 선박에서부터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까지 다양한 무선국의 검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S사에서 지하철에 설치된 무선국을 검사하게 됐다. 지하철은 직류 1500V, 교류 2만5000V의 고압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 밤 12시가 넘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20kg이 넘는 스펙트럼을 어깨에 메고 터널로 들어섰다. 먼지로 시야가 어두워지고 목도 컬컬해졌다.
지하철은 그 특성상 출입도 어렵고 작업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자주 점검을 하기가 어렵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우리 관할 지역인 대구·경북만 해도 수만개나 설치되어 있는데 이 많은 장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RF 장비는 점검하고 돌아서자마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이동중 저 멀리서 자동차 전조등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내 터널 작업용 차량이 굉음을 내며 다가왔다. 우리는 얼른 반대편 레일로 몸을 피했다. 좁은 터널에서 커다란 작업차량이 지나가자 터널 안은 온통 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마지막 장비의 검사를 마칠 무렵 지하철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곧 고압전기가 공급될 예정이니 빨리 터널에서 나오라는 것이었다. 지하철에는 4시에 고압전기가 공급되고, 30분 전에는 모두 터널에서 나가야 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장비를 정리하고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
철로 변으로 다녀야 하고, 거기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있어서 자칫하면 넘어질 수도 있는 힘든 상황이다. 모두 땀을 흘리며 출구를 나와서 시계를 보니 정확히 3시 30분이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역에서 나왔다.
그때서야 목이 메이고 배도 고픔을 느끼고 인근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으며 우리는 무선국 검사 규제완화 주장의 목소리가 높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장비도 좋아지고 점검도 철저히 해 불량률이 많이 내려갔으니 무선국 검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나는 무선국 검사 때문에 불량률이 낮아지고, 무선국 검사가 없어지면 다시 불량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검사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이 불량무선국이 하나도 없도록 만드는 것인데 불량률이 낮아졌다고 검사를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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